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다양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하는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충족 의료수요란 이전까지 개발된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 또는 만성 질환 등의 이유로 기존 치료제 투약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기존 약으로 질환의 일부 증상을 완화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약이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폐암치료제 ‘포지오티닙’이다. 특정유전자(EGFR·HER2)에 돌연변이(exon20)가 있어 기존 폐암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약이다. 국내 폐암 환자 중 포지오티닙의 투여 대상이 될 수 있는 환자는 6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미약품은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30%에 해당하는 약물에 내성을 가진 FLT3 변이를 억제하는 신약인 ‘HM43239’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등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을 개발하고 있다. 아토피는 아직 완치 약이 없는 난치성 질병으로, 환자 대부분이 염증과 가려움으로 고생한다. 기존 치료는 염증을 완화하는 항염제를 투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가려움을 최소화하는 식이었지만, 이 약은 기존 아토피 약들이 해결하지 못한 염증과 가려움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신약이라는 게 JW중외제약의 설명이다.
미충족 의료수요를 위해 개발된 대표적인 신약인 한국애브비의 ‘마비렛’./사진제공=한국애브비
미충족 의료수요를 만족하는 신약은 일반 신약보다 개발이 어렵다. 환자가 적어 시장성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후보 물질을 다룰 때도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가 이전까지는 이 분야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업체 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열풍으로 이전보다 적은 개발비로 신약 개발이 가능해지며, 이분야에서 세계시장에서 통할 만한 국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충족 의료수요’에 대한 주목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신약의 개수는 총 지난해 22개에서 46개로 늘었다. 이중 합성신약의 승인 건수는 34건으로 전년 15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제로 글로벌제약사들은 이미 국내에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하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한국애브비가 지난달 11일 출시한 만성 C형 간염 치료제 ‘마비렛’은 유전자형(유전자 1형·유전자 3형 환자) 때문에, 혹은 중증 만성 신장 질환이 있어 기존 치료제로 치료가 안 됐던 만성 C형 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개발 경쟁 과열로 시장성 있는 합성신약을 만들어 내기 힘들었던 제약사들이 ‘미충족 의료수요’를 만족하는 신약 개발로 눈을 돌리며 FDA의 합성신약 승인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