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멕시코와 휘발유 수출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수출 지역 다변화에 나선다. 문종박(사진) 사장 체제에 들어 힘주고 있는 수출경로 및 사업 다각화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멕시코 국영 석유사 피엠아이(P.M.I)에 내년 상반기 동안 휘발유 210만배럴 공급을 골자로 한 휘발유 수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물 시장 트레이더를 중간에 두지 않고 멕시코 국영 석유사와 직접 휘발유 장기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장기 직거래를 할 경우 트레이더를 통한 현물 시장 거래와 달리 일정 조건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멕시코 국영 석유사와의 직거래가 향후 중남미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년 계약을 적극 추진해 안정적인 수출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5년부터 현물 시장에서 멕시코·과테말라·에콰도르 등지로 휘발유를 수출하고 있지만 수출량이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측은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업체 문을 수차례 두드렸으며 특히 원유정제시설이 노후화돼 수입휘발유 수요가 큰 멕시코 시장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 수출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수출 비중을 보면 아시아 지역이 57%로 가장 높고 오세아니아(29%), 미주(13%) 순이다. 2013년 아시아 지역 비중이 77%이고 오세아니아(18%), 미주(4%) 순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 지역이 한층 다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중 2013년 거래를 시작한 뉴질랜드의 경우 연간 500만배럴 이상을 수출 중이며 뉴질랜드 전체 휘발유의 25%, 수입 휘발유의 54%가 현대오일뱅크 제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지난해 계약을 통해 올해 말까지 휘발유를 최대 120만배럴 공급하기로 했다. 연내 상장을 계획 중인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이 같은 수출 경로 다변화가 기업가치 평가시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석유제품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정제설비를 확충해 수출까지 나서고 있어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장 쏠림에 따른 리스크 방지 및 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적극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