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 먹잇감 전락...혁신도시의 민낯]건설 이사·보험 지점장 출신도 한자리...公기관 임원 '나눠먹기'

지역 정치권·언론·농협·시민단체 출신도 수두룩
기관 효율성 떨어뜨리고 견제 역할도 제대로 못해
추가 공공기관 이전땐 또 논공행상만 벌어질 우려

한국전력 옥상에서 내다본 나주혁신도시 전경.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한 뒤 일부 임원 자리가 전문성도 없는 지역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울산에 있는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3월 이경원 비상임이사를 새로 임명했다. 그는 처브라이프생명보험 울산지점장 출신으로 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울산지부 지부장과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울산중구협의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언뜻 봐도 발전 업무와는 관계가 멀다. 울산 민심을 기관에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손일엽 비상임이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원농특산물 유통대표이사와 더불어사는세상 강원포럼 대외협력국장 경력을 갖고 있다. 광산 피해방지와 복구를 주 업무로 하는 공단과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

두 기관뿐만이 아니다. 혁신도시를 포함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인사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당장 지역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진출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박대해 비상임이사는 부산 연제구 구청장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신용보증기금의 최상현 비상임이사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을 지냈고 나주 한전KDN의 이오석 감사는 전기기술인협회 광주전남도회 회장을 거쳐 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을 했다. 나주 농어촌공사의 김광덕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전남도당 농어민위원장을, 울산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임동욱 감사는 민주당 울산 남구을지역위원장 출신이다. 충남 보령에 있는 중부발전의 경우 18대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태안선거연락소장을 했던 전용상씨가 비상임이사로 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기관장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지역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인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인사청탁이 들어오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역 기업이나 시민단체 출신도 있다. 기업인이나 시민단체는 해당 지역에서 오래 일해온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게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얘기다. 나주 한전KPS의 배일진 비상임이사는 금강공업 광주사무소장과 화순에 있는 영무토건에서 이사로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김광식 근로복지공단(울산) 감사는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거쳐 울산이주민센터소장을 역임했다. 충남 보령 중부발전의 고은아 비상임이사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출신이고 정종숙 산업단지공단(대구) 비상임이사는 대구여성회 대표였다. 서부발전은 같은 충남권인 대전 대덕우체국장 이력을 보유한 박영종 비상임이사가 있다. 경남 진주의 한국시설안전공단 조명제 상임이사는 경남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오세주 비상임이사는 지역시민단체인 플랫폼 경남과 ‘노사모’ 출신이다.


지방언론 출신도 적지 않다. 제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강영필 상임이사는 제주MBC 보도국장을 지냈고 나주의 문화예술위원회 김선출 감사는 광주매일신문 문화부장이었다. 지역 이전으로 논란이 많은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이춘구 감사가 KBS 전주총국 보도국장이었다.

전문가들은 나눠먹기식 인사가 계속되면 기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공기관과 달리 중앙정부가 만든 기관들은 국가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인사들이 들어오면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만 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관별로 지역 인사가 1명인 곳도 있지만 농어촌공사는 4명, 주택금융공사와 한전KDN은 3명이나 된다. 서부발전과 중부발전· 산업단지공단·시설안전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은 2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혁신도시 시즌2’로 추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이뤄지면 또다시 논공행상만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 상충 문제도 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인사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면 견제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정부는 기관이 지역으로 옮긴 만큼 지역 여론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을 주는 것은 없다”며 “지역 의견을 포함해 이사회 구성원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문제”라며 “지역의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을 견제해야 할 사람들이 비상임이사나 감사로 계속 가게 가면 비판적인 입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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