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반토막’ 코리아 세일 페스타

이재유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달 28일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열흘 일정으로 시작됐다. 그간 그랬듯 추석 후 백화점 정기세일 시즌이자 중국 관광객이 많은 국경절 연휴와 겹치는 시기다. 일단 국경절 이전인 28~30일은 백화점이 국내 고객을 끌며 매출이 10% 내외로 늘어나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해는 유독 행사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경기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로 내수가 어렵고 지난해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흥행의 핵심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도 없다. 실제 업계에서도 어차피 ‘요식행위’ 행사일 뿐 실적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굳이 이 행사가 아니더라도 개천절·한글날 ‘징검다리 연휴’와 중국 국경절 연휴 정도면 이 정도는 원래 있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올해는 행사기간이 열흘로 확 줄고 정부예산·참여업체도 덩달아 ‘반 토막’이 났다. 예산이 지난해보다 33% 줄어든 34억5,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도 홍보예산이 21억5,000만원으로 절반이 넘고 소상공인 지원은 ‘반 토막’이 난 13억원이다. 홍보 덕에 이례적인 흥행을 한다면 모를까,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정부예산이 더 줄어들 예정이라고 하니 업계에서는 아예 행사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고 보면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시작 단계부터 국내 유통구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통사가 제조사에 매장을 임대하고 판매수수료를 받는 국내 유통구조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 같은 파격적인 할인은 어렵다. 미국처럼 유통사가 직접 상품을 매입·판매해 ‘악성 재고’ 부담이 생겨야 초저가 ‘떨이 판매’에 나설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관제 행사’가 거듭될수록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백화점 정기세일과도 큰 차이가 없는 20~40% 수준의 할인율, ‘미끼상품’ 수준의 세일 물량 정도로는 해외 직구로 눈이 높아진 소비자 마음에 찰 리 없다. 심지어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대표상품조차 해외 직구보다 비싼 것이 많다니 더 말하자면 입이 아프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행사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 거라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한다. 물론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이만한 행사는 론칭도 어려웠겠지만 이제 와 그만두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할 때가 됐다. 가격이 ‘반 토막’이라면 모를까 행사가 이래서야 시장이든, 소비자든 관심을 가질 리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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