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 간 옥탑방 살이를 했던 삼양동 주택은 옥탑방과 1층 모두 세입자가 없는 빈집이었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이렇게 비어있는 집이 동네에만 어림잡아 40여 곳이나 된다며 균형 발전을 위한 대책을 호소했다. 그런데 비어있다는 40여 곳의 집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진짜 빈집은 17곳으로 절반에 채 못 미쳤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할 만한 물건을 골라내면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빈집 전수조사에 나선 이유는 빈집 정비사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급선무라는 인식 때문이다. 현재 빈집 통계는 조사기관마다 다르다. 이와 별개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빈집 관련 전담 부서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통계청과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에서 전국의 빈집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기관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시 빈집은 9만 3,343가구다. 반면 서울시에서 지난 6월 최근 1년 동안 전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 추가 조건을 적용해 빈집을 추려낸 결과 약 2만 2,000가구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세 차례 방문했을 때 모두 만나지 못하면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미분양 및 미 입주 주택도 빈집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LX는 1년 동안 단전·단수된 집을 빈집으로 보는 등 기관마다 조사 기준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흉물로 방치된 빈집의 정비사업 활성화에 앞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확한 통계이다.
서울시는 현재 빈집 리모델링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이 주택을 시세 80%로 임대하는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빈집을 찾기가 쉽지 않아 확대 추진하는데 한계를 겪고 있다.
시는 전수조사와 함께 빈집을 전담할 전문 조직도 꾸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업의 효율성과 연결성을 위해서 SH공사가 조사부터 매입, 재건축을 원스톱으로 담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감정원이나 LX 등은 조사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매입과 철거, 설계, 재건축과 임대에 이르는 나머지 전 과정은 SH공사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SH공사도 서울시에 6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처급 조직을 신설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H공사는 빈집사업부를 TF 형태로 꾸리고 빈집 매입 임대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장 연내 시범사업을 시작해야 하는데다 조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업무량을 감당하고 있는 인원은 부장을 포함해 단 세 명뿐이다. SH공사는 앞으로 빈집전담부서를 주축으로 실태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활용 등 전 과정을 관리하며 서울형 도시재생의 대표 모델로 키울 방침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월 ‘강북우선투자 구상안’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빈집 1,000가구를 매입해 4,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내년 매입 목표만 400가구에 이른다.
한편 정부도 지난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하면서 빈집을 활용한 정비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법 시행으로 지자체장이 빈집 실태를 조사하고 철거 및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