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등 자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노인은 혈관이 거의 잡히지 않는 바람에 여기저기를 주삿바늘에 찔려 큰 고역을 치른다. 당뇨병 환자 역시 수시로 피부를 찔러 혈당을 재는 게 고통스럽다. 주삿바늘이 공포 그 자체인 영유아는 물론 건강한 어른도 주삿바늘을 보면 인상을 찌푸린다.
이에 따라 통증 없이 주사를 맞게 되면 삶의 질이 개선되고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와 2차 감염 우려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정준호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장 등이 주도해 세계 최초로 주삿바늘 없이 반창고(패치)처럼 붙여 약물을 주사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천연 DNA 단백질을 활용한 이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미세돌기들이 피부 안에서 녹아 약물이 체내로 퍼지게 된다. 몇 분 만에 다 녹는 돌기 하나하나의 굵기는 머리카락의 7분의1 정도이며 길이도 짧아 지압을 받는 느낌만 들 뿐 통증이나 출혈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의약품용은 650~900㎛(1㎛는 100만분의1m), 화장품용은 300㎛ 크기 수준이다. 기계연은 연구소기업(ADM바이오사이언스)을 통해 앞으로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임상실험에 들어가 수년 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재생크림 등 화장품용은 연내 출시하기로 했다.
미국 3M 역시 주삿바늘 대신 1.5㎜ 길이의 말랑말랑한 미세돌기를 통해 2분 내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독성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는 독감백신용 패치를 개발해 2상 임상시험을 했지만 폴리비닐피롤리돈(PVP)을 소재로 사용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초고속으로 물줄기를 발사해 고통 없이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의료기기 제조사인 미가교역이 개발한 주삿바늘 없는 주사기는 끝 머리카락 한 올 크기(0.15㎜)의 구멍을 통해 약물이 초고속으로 분사돼 순식간에 약액이 피부를 뚫고 주입된다. 주입부의 구멍이 작아 고통이 덜하다. 약물이 피하지방층에까지 주입되므로 인슐린·백신·호르몬제 등에 적합해 현재 인슐린 당뇨 환자나 치과 마취, 미용용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언 헌터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지난해 약물을 주삿바늘 없이 머리카락보다 얇은 물줄기로 초속 200m 속도로 삽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통증을 느끼지 않고 어떤 액체 약물도 사용할 수 있다. 대학 측은 일본 제약사(다케다)와 함께 이 기술을 만성 궤양성대장염 환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는 미국 제약사 파머젯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주삿바늘 없이 독감 백신을 주입하는 기술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