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장외공방을 주고받던 북한과 미국이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간다는 것은 일단 다행스럽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협상에 모종의 돌파구가 열릴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비핵화와 종전협상을 주고받는 빅딜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을 두루 만난다는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일정이 공개됨으로써 톱다운 방식의 대화채널이 본격 가동될지도 관심이다.
이번에 방북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미국의 대가 요구가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는 등 공세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다. 8월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북한 유류반입이 급증하고 북러 정상회담설까지 나도는 등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세가 조성됐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이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눈앞의 성과에 집착해 어설픈 타협을 하기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확실한 담보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 리스트를 받아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그동안 갖은 핑계로 북핵 협상을 지연시켜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전하면서 단호한 협상 자세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분명한 메시지를 미국 측에 거듭 전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