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놀면서 즐기면서’ 연구하는 스타일입니다. 다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 것이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해신(45·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TV에 요리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보면서도 과학원리를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생각을 깊이, 끊이지 않고, 집중력 있게 하는 훈련을 해야 좋은 연구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것이다.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도 달걀을 가열하면 왜 점도 높은 용액이 탄성체로 바뀌는지, 두부를 얼렸다 녹이면 왜 더 탄력이 있고 기공이 많아지는지, 와인과 차의 떫은맛의 기원은 무엇이고 사과는 깎아놓으면 왜 갈색으로 변하는지 등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찾아본다는 얘기다.
그는 찔러도 피가 안 나는 주삿바늘을 개발한 것과 관련해 “제가 대학원에서 의공학을 전공했는데 파도가 세차게 치는 해안가 바위에서도 잘 붙어 있는 홍합에 착안해 자연계의 접착성 고분자에 주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기술은 갑각류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 골격에 카테콜을 함유한 신소재로 주사 즉시 혈액과 막을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당뇨병·혈우병 환자나 아스피린 복용자 등 주사나 링거를 맞은 뒤 피가 잘 멎지 않은 경우에 유용하고 의료진이 간염 등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도 줄어들게 된다.
그는 “학생 연구자에게도 ‘좋은 장비가 있으면 연구속도가 빨라지겠지만 연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 좋은 장비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며 “집중력을 갖고 깊이 생각해야 좋은 실험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중국이나 일본 학회에 가면 제 이름에 ‘바다 해(海)’자가 있어 종종 ‘바다의 신하’라는 얘기를 듣는다. 홍합 등 바다 생물을 활용해 인류에 이바지하는 게 제 숙명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암 환자의 생체검사 후 출혈에 의한 전이를 막기 위한 연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최근 발표한 정맥주사 약물을 심장으로 보내는 기술 등 다양한 연구가 임상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KAIST 생물과학과를 졸업한 뒤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9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해왔다. 현재 런던에 있는 ‘바이오머티어리얼스 사이언스(Biomaterials Science)’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