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막 시작된 지난달 초. 초등학생 김모(13)군이 경찰에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조회 수 1위를 하겠다며 누나의 나체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직후였다. 댓글 100개에 우쭐하던 기분도 잠시, 사진은 삽시간에 유튜브와 트위터·구글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김군은 올린 지 3분 만에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다 퍼진 뒤였다.
아내와 싸운 뒤 홧김에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남모(47)씨도 비슷한 경우다. 올리자마자 후회가 밀려와 곧바로 지웠지만 영상은 이미 누군가가 블로그형 웹사이트인 텀블러와 토렌트에 퍼나른 뒤였다. 인터넷 동영상을 무작위로 수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남씨는 현재 사설 디지털 장례식 업체를 두드리며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얻거나 연인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가까운 지인의 나체를 유포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머니의 나체나 속옷 영상을 찍어 올리는 ‘엄마몰카’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한 데 이어 타인의 신체사진을 순간적인 복수심이나 명예욕에 사로잡혀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례가 느는 것이다.
3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폭력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인터넷에 유포된 본인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요청 건수는 6개월간 998건에 달했다. 유포 협박을 받아 신고한 건수는 202건에 달했다. 한 달에 200명꼴로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집계한 월 0.83~25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가해자 유형별로는 배우자나 연인이 351건, 회사 동료 등 지인 158건, 부모·형제 등 친족이 14건이었다.
문제는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만으로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처벌 대상인데다 유포자 본인도 인터넷의 확산 속도를 간과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센터에 따르면 순간적인 복수심이나 명예욕에 특정인의 사진을 유포했다가 뒤늦게 삭제를 부탁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류혜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폭력팀장은 “신고자 상당수가 후회한다며 뒤늦게 삭제를 요청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라며 “본인과 당사자가 평생 트라우마를 겪을 문제인데 가벼운 복수극이나 놀이로 접근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