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규제에서 육성으로] 고성능만 요구해 가격경쟁력 뚝…연구단계부터 시장성 따져야

<하>전략적 무기개발 필요
KAI, 美 고등훈련기 사업 탈락
가격 고려안한 개발이 주원인
무기 업그레이드 수요 창출로
내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정밀타격·유도·감시정찰 등
첨단무기 기술력 확보 나서야

#지난해 12월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가 대표적이다. KAI는 입찰 탈락 후 “보잉사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이로 탈락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 공군이 요구하는 무기 사양과 T-50A의 적합도가 떨어져 애초부터 KAI는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영수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지나치게 고성능을 요구하는 한국군의 수요에 맞추다 보니 방산업체들이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단계부터 시장성과 수출 가능성, 국제공동 연구개발 가능성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 성장동력 확대를 위해선 업그레이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군의 경우 한 번 개발한 무기를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는 데 인색하다. 한 예로 지난 2000년에 개발된 K9 자주포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반면 미국의 팔라딘은 1960년대에 개발된 이후 수차례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금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은 무기를 개량해서 쓰기 보다는 신품만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국회도 여론을 의식해 새 무기 도입에만 관심을 가진다”며 “미국이나 독일 등 방산 강국의 경우 업그레이드 수요가 방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정밀 타격, 유도, 감시정찰 등 첨단 무기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일부에 국한된 기술 개발에 주력하다보니 첨단 무기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킬체인(Kill Chain, 북한 핵, 미사일 감시 파괴)을 추진하면서 첨단무기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외 무기 조달 규모는 지난 2013년 2조 4,089억원(계약 집행 기준)에서 지난해 3조 8,474억원으로 59.7%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조달 규모는 0.78%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첨단 무기 개발은 방위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국내 방산업체들이 기술 고도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 위원은 “로봇, 드론, 스마트팩토리, 3D프린팅 등 최근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주목 받고 있는 대부분 기술들의 출발점은 방위산업”이라며 “방위산업은 모든 산업이 융복합 된 분야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방위산업발전법’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위사업청의 요구를 반영한‘방위산업진흥법’이 발의되어 있다. 방산업계와 국회는 두 법안의 병합을 추진 중이며, 국정감사 이후 11월께 국방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법안 모두 방산 육성을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으며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에서는 ‘방위산업진흥원’과 같은 방산 수출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조직을 신설하려고 하는데 규제 위에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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