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암수살인’ 주지훈, “어려운 산을 넘었다..평가는 관객의 몫일 뿐”

주지훈의 지향점 "친숙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는 것"

배우 주지훈이 ‘암수살인’이라는 어려운 산을 넘었다. 액션과 추격전 없이 심리적인 긴장감만으로 스릴러를 이끌어간 주역, 서울 토박이가 부산 사투리를 전혀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점 역시 그를 향해 쏟아지는 찬사이다. ‘주지훈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이 쏟아지는 이유다.

“형사물로서의 기대치, 또는 이 장르에 기대하시는 게 있으실텐데요. 내부적 외부적으로 그런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안도의 한숨을 쉬어요. 다만 저의 연기보다는 영화 가 가진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된 게 좋았어요. 제가 연기 장기자랑 나온 건 아니니까요. 제가 참여한 영화가 장르적으로 핸디캡이 많았는데, 관객들이 신선하다고 바라봐 주신거니까요. 굉장히 어려운 산이었다는 건 분명해요. 제가 그걸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 관객이 평가해준다고 생각해요. 평가는 관객의 몫이잖아요.”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2006년 MBC TV 드라마 ‘궁’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주지훈은 행복하고 또 행복해보였다. 그가 주연한 ‘신과함께’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상 유례없는 ‘쌍천만’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8월 개봉한 ‘공작’도 497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작’으로 칸영화제도 진출했다. 그가 행복한 이유는 단순히 영화의 흥행 성적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매 작품을 행복하게 찍었다”며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겠느냐. 진짜 행운아이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요즘은 자꾸만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네요. 올해 개봉한 ‘신과함께’와 ‘공작’, ‘암수살인’ 속 캐릭터와 장르가 다 달라서 도전하고 싶었어요. 비슷한 작품이라면 ‘또 주지훈이네’ 하실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감사하고 있어요. 이번 ‘암수살인’은 장르가 판타지도 아니고, 사투리를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사투리 선생님은 디렉션까지 줄 수 없잖아요. 사투리 연습을 거의 마치고 촬영에 들어가면서, 강태오의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가져단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배우 입장에서 정말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죠.”

베테랑 배우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영화적인 메시지와 장르적 쾌감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에 접근해갔다. 김윤석, 주지훈이 치열하게 맞붙은 장면을 두고 누군가는 ‘주지훈이 김윤석과 얼마나 팽팽하게 기싸움을 해내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작품을 바라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지훈은 “더 최선을 다 할 수 없어 안타까운 시간이었다”는 말로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전했다.



“김윤석 선배의 영화를 보고 자라온 세대입니다.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그런 (연기대결)시선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시기나 질투를 하면서 누군가를 이겨먹을려고 하는 시간 조차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작품인데, 연기 대결이란 어리석은 시간으로 보낼 것인가.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작업했어요. 그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영화 ‘신과 함께’ ,‘공작’ 그리고 ‘암수살인’을 통해 비교적 근시간 내에 수차례 만나 본 주지훈은 스스로 연기를 즐기고 있었다. 20대의 주지훈이 좀 더 날이 선 느낌이었다면, 30대 후반의 주지훈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상대를 대하고자 했다. 스스로도 연기적으로 “조금은 단련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기요? 아무래도 익숙해지고 단련 된 부분이 있는데, 영화 제작 환경이 좋아진 게 크죠. 물론 저도 노력한 것도 있는데, 현장에서 카메라 퍼스트랑 동갑이거나, 퍼스트보다 어린 경우도 있어요. 저를 선배라 불러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선배 위치에 있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어요. 반면에 신인일 때는 제일 힘든 시기죠. 모두의 눈치를 봐야하고, 또 이 상황이 뭔지 몰라서 답답한 게 있어요.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느껴지니까요. 이젠 누가 말하지 않아도 ‘뭘 찍겠구나’ 알게 돼서 좀 더 준비가 미리 될 수 있어요.”

배우 주지훈/사진=쇼박스

“ 관객분들도 연차를 무시하지 못해서 신인때보다는 저란 사람을 좀 더 신뢰해주는 게 있어요. 저 친구의 작품을 몇 개 이상을 보고 ‘10년이나 배우를 했던 친구네’란 걸 알게 되면, 알 수 없는 신뢰를 주세요. 그럼 저도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어요. 가까이 있는 감독님도 그렇고요. 저의 단점과 장점을 다 보시고 더 신뢰해주시는 거죠.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선, 점점 할 일이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물론 현장에선 현실적으로 편해진 건 있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한다는 주지훈은 체력관리를 위해서 술을 조금 줄였다고 했다. 개인적으론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고도 귀띔했다. “운동은 계속 하고 있긴 한데, 체력을 위해 술을 줄였어요.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하정우, 김윤석 선배 등 영화 쪽 형들을 진짜 좋아해요. 몸이 아픈 날도 저 대화에 끼고 싶어서 술을 해요. 제 몸이 아프니까 말리는데도, 먹어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 다들 안 믿긴 하시던데. 몸에서 바로 반응이 와요. 술을 먹으면 바로 올라오거든요.”

주지훈의 꿈은 친숙하고 친근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저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언제 봐도 반가운 배우” 그가 바라는 친근한 배우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 영화를 하고 있어요. 소위 상업영화라고 칭해주시는데, 상업영화를 하면서 관객들과 가까워지고 좋더라구요.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언제나 감사히,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어요. 좋은 선배님, 좋은 감독님들과. 좋은 선배들과 일을 하며 제가 행복했듯이, 저도 후배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네요. 친숙한 배우, 친근한 배우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게 저의 화두인 것 같아요.”

한편, 영화 ‘암수살인’ 개봉 이후, 주지훈은 넷플릭스 ‘킹덤’, MBC ‘아이템’ 등 드라마로 관객을 찾아 올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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