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저임금액 줄어 저소득자 생존권 위협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 포함 - 반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상지대 초빙교수
● 이미 상여금 등 산입에 실질인상률 10%안돼
● 별도 주휴수당 없애면 최저임금제 효과도 축소
● 취약계층 소득 늘어나야 국민경제도 살아나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주휴수당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고용부가 지난 8월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으로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유급처리시간(주휴시간)은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으로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줘야 하는 유급휴일(주휴일)에 지급하는 하루 치 임금이다. 경영계·야당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막아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주휴수당의 산입범위 포함 찬성 측은 주휴수당을 지금처럼 지급할 경우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특히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액이 대폭 줄어들어 저소득 노동자들의 생존권·노동 의지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올해 내내 최저임금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매우 뜨겁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최근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그것의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나 다 일리가 있어 서로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최저임금제도와 주휴수당제도를 채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땀 흘려 일하는 국민들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임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땅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이 이상은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이다. 그러나 그 최저임금이 실제로는 오랫동안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우리 사회는 역시 오래전부터 한 주 최소 15시간 이상으로 5일간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1일 치의 유급휴가를 주는 주휴수당제도를 도입해 주 15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성실하게 만근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을 보장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으로는 7,530원에 불과하지만 주휴수당을 합해 월급 기준으로는 157만원이 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월급 기준으로 20만원쯤 오른 것인데 마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과장하고 비약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도, 팩트도 아닐 것이다. 사실 월급 157만원으로도(이것도 주휴수당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한 달 최저월급은 131만원에 그치게 됨)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매우 부족한 돈이다. 실로 과중한 교육·주거·의료·통신·이자비용 등의 필수지출을 감안하면 한 달에 최소한 200만~300만원은 벌어야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먹고는 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지 않는가.

그런데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주휴수당을 폐지하거나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주휴수당을 포함해버리면 겨우 최근 현실적으로 오르고 있는 월급 기준 최저임금액이 대폭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야 만다. 주휴수당을 빼고 계산하면 1일 8시간 기준으로 한달 174시간에 시급만 계산해서 최저월급이 131만220원으로 무려 26만3,550원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즉 매주 최소한 15시간 이상 5일을 일했다고 했을 때 주휴수당이 나오고 그것을 매일 8시간 기준으로 1달 시간으로 35시간이(8시간×4.35주=35시간) 유급휴가로 보장되기에 35시간×7,530원=263,550원이 추가 지급돼 턱없이 낮은 최저시급을 보장하면서 최저월급이 131만220원에서 157만3,770원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저의 최저’ 임금 수준이었던 최저임금이 비로소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오른 것이고 저소득 가계들의 소득이 조금이라도 오른 것인데 주휴수당을 없애면 이 긍정적 효과가 모두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또한 올해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 2019년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정이 된 상황이다. 여기에 또 주휴수당까지 포함시킨다는 것은 500만명에 이르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소득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 의지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제도와 주휴수당제도를 통한 최저월급이 157만원이지만 그것을 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고 그것을 다 받는다 해도 이 땅에서는 그 돈으로 먹고살기조차 매우 어렵다. 그런 최저임금이 무슨 죄가 있을까. 내수를 살리고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사업 및 장사가 잘되려면 그래서 국민경제가 살려면 저소득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서민·중산층들의 소득이 더 늘어나야 한다. 나중에 국민경제가 더욱더 발전해 최저임금 및 가계소득이 상당 수준으로 오르고 난 후에는 주휴수당에 대한 최저임금 산입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결코 때가 아니다. 주휴수당을 뺀 최저월급은 131만원인데 그것으로 어떻게 이 땅에서 살 수 있을까. 진심으로 바라건대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주휴수당 포함을 주장하는 분들, 한 달 131만원으로 몇 달이라도 실제로 살아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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