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프랜차이즈 가맹점] 최저임금·불황에 오너리스크까지…삼중고에 우는 가맹점주

 봉구스밥버거 대표 몰래매각 잠적
 매출 계속 줄고 운영비는 느는데
 윤리경영 잊은 오너에 타격 가중
 호식이 방지법 내년 시행되지만
 피해보상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어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의 대표가 회사를 가맹점주들 몰래 팔아넘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가맹점주들 사이 일명 ‘오너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또다시 번지고 있다.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대다수 가맹점주들이 가뜩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는 예측할 수조차 없는 폭탄처럼 점주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오너 리스크 피해가 잦아짐에 따라 정부는 경영진의 부도덕으로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입을 경우 가맹본부가 이를 보상하도록 명시한 일명 ‘호식이방지법’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을 통해 가맹점주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세린 전 봉구스밥버거 대표는 지난달 회사를 치킨 프랜차이즈인 ‘네네치킨’에 매각하며 관련 사실을 가맹점주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점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오 전 대표는 최근 포스(POS) 기기 등 여러 물품을 본사 측의 요청으로 교체하며 40억원에 이르는 채무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회사를 넘겼고 현재 잠적한 상태다. 오 전 대표는 지난 2015~2016년 마약 복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는 등 큰 손해를 끼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봉구스밥버거 점주들의 더 큰 걱정은 전 대표의 ‘마약’ ‘몰래 매각’ ‘잠적’ 등의 부도덕한 행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혀 매출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한 점주는 “전 대표의 마약 사건 후 한동안 인터넷 등에서 ‘마약 버거’라고 조롱당했는데 이번 몰래 매각 건으로 또 어떤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지 걱정이 크다”며 “가맹점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본부 경영진의 돌발 행동이 가맹점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토종 피자 브랜드로 승승장구했던 미스터피자는 2016년 정우현 전 MPK그룹 회장의 50대 경비원 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나쁜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해당 연도 대다수 가맹점의 실제 매출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장 60여곳은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았고 한때 MPK그룹 주식은 상장폐지까지 거론됐다. 치킨 한 마리 값으로 두 마리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사랑을 받다 오너의 비도덕적 행위로 추락한 ‘호식이두마리치킨’도 비슷했다.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을 따로 불러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후 가맹점의 매출은 전달 대비 40% 감소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당 사건은 올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거래법 개정안(호식이방지법)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본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도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김도균 대표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프랜차이즈 오너의 사건·사고가 잦아진 상황에서 ‘호식이방지법’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에 따른 피해를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피해 범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실질적 보상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 봉구스밥버거의 경우만 봐도 점주들은 전 대표의 ‘몰래 매각’이라는 행위로 조롱을 받는 등 여러 부정적 피해를 입었지만 현행법상 가맹본부가 회사 매각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할 수는 없다. 이번 행위를 근거로 점주들이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가맹점주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유무를 떠나 프랜차이즈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라도 업계 자체적인 노력과 오너의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 등의 사례를 보면 소비자들이 윤리·도덕적인 부분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며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경영진의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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