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최근 한반도 비핵화 등 정세 관련 내신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 장관 왼쪽은 조현 외교 1차관, 오른쪽은 이태호 외교 2차관./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업무 수요와 외교적 요소들을 감안 해 차관급과 1급 상당 공관장 직위의 25%를 없애겠다”며 “실무인력 확충을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외교환경에 걸맞은 효율적 인력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온 업무·실무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개편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강 장관은 “고위직 외무공무원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일반직 공무원과 같이 1급 외무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같은 맥락에서 엄격한 공관장 자격심사를 통해 부적격자가 공관장으로 임명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외교부의 공관장 인사가 엄격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 장관은 “현재 자격심사를 통해 20%가 넘는 공관장 후보자가 탈락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360도 다면평가 강화 등을 통해 리더십 역량과 청렴성, 도덕성 등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또 다시 재외공관에서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엄정 대응을 약속했다. 강 장관은 “최근에도 더 몇 건의 사건이 불거져 나와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신속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조기에 적발되고 조사돼서 사안의 경중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우리 사회의 미투(Me Too) 운동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제도를 마련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뿌리뽑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처음부터 불관용의 원칙에 따라서 제도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외교관 2명이 부하직원을 성추행·성희롱 한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 7월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A씨는 부인이 한국으로 귀국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대사관 여직원을 집으로 불렀다. 망고를 나눠주겠다는 핑계를 댔지만,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고 술을 권한 뒤 강제로 끌어안는 등 신체접촉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주인도 대사관에 파견 나가 있던 4급 공무원 B씨는 행정직원에게 자신이 머무는 호텔에서 술을 마시자고 강요하거나 방 열쇠를 줄 테니 언제든지 오라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현재 외교부 감사를 받은 뒤 대기발령 상태에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정영현·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