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앙숙 '일베·메갈리아'는 한뿌리서 자랐다?

■'이념의 장' 된 커뮤니티
1세대 사이트 '디시' 갤러리서 출발
신조어·혐오성 콘텐츠로 덩치 커져
'디시' 방문자 월 평균 6,000만명
1만개 게시판 운영…막강 영향력

디시인사이드 로고

극우·폭력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그리고 극단적 여성주의(페미니즘)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 한국 사회에서 최근 수년 동안 논란을 일으키고 서로 사이버 테러까지 자행했던 2곳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통점은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주제 게시판)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에 올라온 콘텐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을 모아둔 ‘일간베스트’ 게시글을 별도로 저장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0년 개설됐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디시인사이드의 게시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게시판에서 각종 소수자 비하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프로그램·정치사회·국내야구갤러리 사용자가 대거 일베로 유입되며 폭력적 성향이 더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갈리아는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갤러리에서 2015년 독립해 만들어졌다. 당시 홍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증상을 보인 한국인 여성 2명이 당국의 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여성 혐오성 발언이 등장했고 이에 강하게 반대하는 사용자가 주축이 돼 메갈리아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이 과정에서 남녀 용어인 ‘김치녀’와 ‘김치남’이라는 단어가 온라인상에 퍼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에프엠(FM)매니저’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해 종합 온라인 커뮤니티로 거듭난 ‘에펨코리아’ 역시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서 파생된 것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사실 1999년 디지털카메라 정보를 공유하고 기기를 공동구매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같은 해 태어난 ‘국내 1세대’ 웹 사이트로 꼽힌다. 디시(DC)라는 사이트의 약어는 ‘디지털카메라’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설립자는 김유식 대표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PC통신 하이텔에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디시인사이드도 본래 목적에 충실한 온라인 커뮤니티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아햏햏’이나 ‘개죽이’ 등 디시인사이드 내부 신조어가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지면서 많은 사용자가 유입됐고 다양한 주제의 갤러리가 탄생하게 됐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댓글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게시글, 사용자 간 사이버 테러, 물리적 충돌 등으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디시인사이드는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국내 웹 사이트 중 디시인사이드는 8월 말 방문자 수 기준으로 7위에 올랐다. 올해 월평균 방문자 수는 6,000만명에 달한다. 아울러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는 하위 게시판까지 포함해 1만개 이상이라는 추정도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신개념 모바일 플랫폼(기반 서비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국내 온라인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온라인상에서는 디시인사이드가 각종 사회적 논란의 ‘근원지’였지만 각종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는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소수 여론 형성에 이바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권은중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사무처장은 “온라인 공간에 공론장이 생겨 다양한 시민의 생각을 담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가 등장했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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