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치·경제에 일대 격변을 일으킬 수 있는 미국 중간선거(11월6일)가 딱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만큼 결과에 따라 워싱턴DC의 판도 변화도 예상되는 이번 선거는 특히 전 세계의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정치·경제에 폭풍우를 몰고 온 그의 무역정책과 북핵 문제, 중동사태, 이민정책 등의 진퇴와 운명이 이번 선거로 적잖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vs 반(反)트럼프’ 진영으로 뚜렷하게 갈린 미국 사회는 선거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판론’ 비등…선거 판세는 민주당에 유리=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2년의 하원 의원 435명 전원과 함께 임기 6년의 상원 100명 중 3분의1을 조금 웃도는 35명을 새로 선출한다. 주지사도 50명 중 36명을 다시 뽑지만 관심도는 단연 상하원이 높다.
현재 미 의회는 공화당이 양원을 지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에 미 전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하원은 민주당이 탈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의 현재 하원 의석은 195석으로 과반을 이루려면 23석을 더 얻어야 하는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쏠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서 유권자의 60%는 ‘트럼프 견제장치’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선거예측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206곳에서 우세를 점하는 데 비해 공화당은 194곳에서 앞선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 선거 판세는 공화당에 불리하지만 상원은 35개 지역구에서만 선거가 치러지는데다 이중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현역인 곳이 26곳에 달해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보다 2석 적은 49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상원을 접수하려면 26곳에서 민주당 현역들이 모두 승리하는 데 더해 공화당 현역의원 2명 이상을 쓰러뜨려야 한다. 주(州)당 2명인 상원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이 하원보다 크다.
◇‘태풍의 눈’ 된 캐버노 이슈, 2차 북미회담이 막을까…부각되는 선거 쟁점은=전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로 분명히 갈리지만 여기에 최근 불거진 스캔들이 선거판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고교 시절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것이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캐버노 낙마 요구에도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고수하면서 오히려 피해 여성을 조롱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캐버노 카드를 버릴 경우 공화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의회 인준절차를 강행,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를 밀어붙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서는 6일(현지시간) 치러질 상원의 캐버노 인준 투표에서 그가 통과될 경우 성난 여론이 증폭될지 여부가 중간선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거캠프 측근들이 잇따라 등을 돌린 데 이어 불안정한 대통령직 수행과 탈세 혐의까지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을 민주당은 캐버노 임명을 고리로 공격을 집중해 종반에 접어든 선거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다는 전략이다.
반면 공화당은 캐버노 임명 강행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경제 호황을 정권의 성과로 부각시키려 애쓰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지난 1일 타결하고 “공약을 지켰다”고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버노 논란을 한방에 잠재울 대형 이슈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거론된다. 당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중간선거 이후가 유력하다고 예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회담이 이달 하순께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미국 외교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연임과 탄핵의 갈림길…선거 영향은=이번 선거 이후 메가톤급 후폭풍이 워싱턴 정가는 물론 전 세계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판세대로 하원을 민주당이 접수하는 정도에 그칠 경우 파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이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탈환하고 이 자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대립적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돌아간다면 트럼프 정권 후반전은 백악관과 의회 간 정면충돌로 얼룩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원 다수당이 상임위장까지 독식하는 미 의회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이나 국경장벽 건설은 물론 무역전쟁과 이란 제재 등 경제·외교정책 전반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며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열세가 예상되는 상원에서도 과반을 확보하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층 대담해지며 대통령 탄핵론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2년 전 대선 때처럼 이번에도 기적(?)을 연출해 상하원을 지킬 경우 민주당은 거의 존재감을 잃고 ‘트럼프 독주체제’가 열리면서 2년 후 연임 도전에도 청신호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