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콩고민주공화국의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 소수민족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니 무퀘게(63)와 나디아 무라드(25)는 참혹한 전쟁상황에서 성폭력으로 고통받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무퀘게와 무라드를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안전까지 내던지면서 전쟁 범죄와 용감하게 싸우고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를 추구했다”고 치하했다.
무퀘게는 20년 가까이 콩고 내전의 피해자들을 도와온 산부인과 의사다. 프랑스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귀국 후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한 ‘판지병원’을 설립해 수만 명을 진료하고 심리상담과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피해 여성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AP통신은 “무퀘게는 콩고 동부에서 지난 1999년부터 병원을 운영하면서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을 구호해왔다”며 “그는 성폭행 예방활동을 펼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를 비롯해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무퀘게는 2008년 ‘올해의 아프리카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6년 제13회 서울평화상과 지난해 미국 트레인 재단의 ‘용기 있는 시민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무라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성 노예 피해자로 IS의 만행을 고발한 여성 인권운동가다. IS는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에 모여 사는 야지디족을 급습해 수천 명을 죽이고 여성 2,000명을 납치했다. 무라드 역시 IS가 점령한 모술로 끌려가 야지디족 신앙을 부인할 것을 강요받았고 3개월 동안 성폭행을 당하면서 여러 차례 노예로 팔려 다녔다. 무라드의 가족 18명도 IS에 학살되거나 노예가 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무라드는 인권 활동가가 돼 2015년 9월 IS를 민족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으며 2016년 9월 인신매매 피해자인 난민 여성과 소녀들의 참상을 알리는 유엔 친선대사에 임명됐다. 노벨위원회는 그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술회하고 다른 피해자를 대표해 발언하는 흔치 않은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노벨상은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 3일 화학, 5일 평화상의 순으로 수상자를 공표했으며 오는 8일 마지막으로 경제학상 수상자가 선정된다. 올해 문학상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 논란으로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