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바텐더_여덟 번째 잔]버터와 콘스프가 들어간 방탄칵테일 '캡틴 피어리'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운 골목에 혼자서 불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 만일 이곳에서 누군가 오직 나만을 위한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 내민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바텐더들이 말이다.

지난 4월 글로벌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주최한 세계 최대 바텐더 대회 ‘월드 클래스 2018’ 예선전에서는 이런 상상이 현실로 이뤄졌다. 국내 유수의 호텔과 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텐더들이 ‘편의점에서 1만 원 이내로 구할 수 있는 부재료만으로 수준급 칵테일을 선보이라’는 과제에 맞춰 기상천외한 레시피를 선보인 것. 홈술족·혼술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그리고 기자 개인의 호기심을 조금 보태 서울경제신문은 월드 클래스 2018 국내 결선에 오른 바텐더 10인의 ‘편의점 칵테일’ 레시피를 10주에 걸쳐 소개한다. 아울러 칵테일에 관한 지식과 각종 팁도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늘 마시던 맥주 한 캔이 아닌, 특별한 칵테일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덟 번째 잔_해적의 술, 버터·콘스프와 만나다? ‘캡틴 피어리’


1인 가구의 친구인 보노 컵스프와 버터, 옥수수 그리고 럼의 신묘한 만남!

여름이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면, 주인공인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의 지독한 럼(Rum) 사랑이 곳곳에 그려진다. 술잔보다는 병나발을 선호하는 그는 적에게 쫓기는 긴박한 순간에도 손에서 럼을 놓지 않는다. 천하의 잭 스패로우도 푹 빠진 ‘해적의 술’ 럼은 17세기 초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카리브해 연안에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면서 탄생했다. 해적과 럼이 불가분의 관계가 된 이유는 카리브해 곳곳에서 쟁탈한 럼을 유럽 각지로 판매하는 역할을 다름 아닌 해적들이 맡았기 때문이다. 맑은 바다와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한 카리브해에서 태어난 럼은 주로 모히또나 마이타이, 퀸스파크위즐 등 여름에 어울리는 트로피컬 칵테일의 베이스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오늘 선보일 음료는 오히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릴 법한 따뜻한 칵테일이다. 그것도 버터와 콘스프를 넣어 헛헛한 속을 따끈하게 채워주는 ‘캡틴 피어리’를 편의점 재료로 만들어보자.

◇‘방탄칵테일’ 캡틴 피어리 만들기=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쉬워 뱃사람들의 동반자가 되었던 그 시대의 럼처럼 캡틴 피어리의 재료 역시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먼저 머그잔에 일회용 버터 1개 옥수수 스프 분말 1봉지를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150~180㎖ 정도 부어준다. 따뜻한 음료에 버터가 들어가는 레시피가 일명 ‘방탄커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버터 커피와 비슷하다.(이름을 방탄 칵테일이라고 지어도 될 뻔했다) 여기에 캡틴 모건 30㎖를 넣고 잘 저어 준 뒤 마지막으로 후추, 소금을 칵테일 위에 뿌리고 옥수수를 가니시로 장식하면 끝이다. 참고로 캡틴 피어리라는 칵테일명은 베이스로 사용한 캡틴 모건과 북극점에 최초 도달했다고 알려진 로버트 피어리(Robert Peary)의 이름에서 따왔다. 캡틴피어리를 선보인 노우현 바텐더는 “각종 향신료를 첨가해 이국적인 풍미를 극대화 한 스파이스드 럼(Spiced Rum)을 사용해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들어 봤다”며 “로버트 피어리가 여행한 추운 극지방과 그의 도전정신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뱃사람들의 생명수 역할을 했던 럼=럼은 높은 도수 덕분에 쉽게 변질되지 않아 대항해시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의 생명수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영국 해군에서는 물과 럼을 섞은 ‘그로그(Grog)’라는 음료를 만들어 보급할 정도였다고 한다. 따뜻한 물에 럼, 레몬과 설탕 등을 넣은 형태로도 즐겨 마시던 그로그는 요즘도 라임이나 꿀, 계피, 팔각 등을 더한 레시피로 사랑받고 있다. 그로그를 마시고 취한 상태를 그로기라고 부르는데, 복싱에서 비틀거리는 것을 그로기라고 하는 것도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캡틴 피어리의 베이스로 사용된 ‘캡틴 모건(Captain Morgan)’은 푸에르토리코산 럼에 바닐라와 다양한 향신료를 배합해 이국적인 향과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다. 1982년 출시돼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파이스드 럼(Spiced Rum) 브랜드다. 제품명은, 아주 럼 답게도, 17세기 영국 웨일스 출신의 해적 선장인 헨리 모건의 이름을 따왔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캡틴 피어리를 선보인 노우현 바텐더. 한남동 마이너스바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디아지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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