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서울경제DB
삼성전자의 3·4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5일. ‘역시 반도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반도체에서 무려 13조 5,000억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된 것. 그 결과 분기 영업이익은 17조 5,000억원을 찍으며 7분기 만에 꺾였던 실적 경신 행진을 1분기 만에 재개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근거는 ‘반도체가 정점을 지났다’는 것. 축포를 터뜨려도 될만한 날이었지만 대부분의 리포트에는 올 4·4분기 이후가 불안하다는 암울한 톤의 논평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우려의 속을 헤집어 보면 메모리 사이클이 상전벽해에 비견될 만큼 급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3·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은 대략 13조 5,000억원. 이전 반도체 영업이익 최대치는 올 2·4 분기 11조 6,100억원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분기에 반도체는 고점 논란 속에서도 무려 2조원 가까이 영업이익을 더 거둔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증권사들이 하나같이 올 4·4분기에 반도체 약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으로는 많게는 13조 2,000억(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적게는 11조 8,000억원(하이투자증권)을 제시하고 있는 점. 이 정도면 가장 낮게 영업이익을 제시한 증권사가 맞더라도 이번 3·4분기를 빼면 역대 최대치 실적이다. 약세로 반전해도 이전 최대치보다 2,000억~1조 6,000억원을 더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크게는 우리 주력 산업 중 반도체를 빼면 죄다 고전하고 있는 점, 작게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비중이 80%에 육박해 메모리 의존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는 실상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수치는 말해준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 ‘반도체가 고점을 찍고 내려간다’는 ‘팩트’는 맞지만, 4·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보면 이런 표현이 무색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증권사들이 메모리 약세 리포트를 내고 있지만 올 연말 내년 상반기까지도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일각의 우려대로 진짜 급락 장세가 연출되려면 모바일, 자동차(전장), PC, 서버 등 반도체 칩이 쓰이는 산업군에서 위험 신호가 터져 나와야 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데이터 용량의 확대와 처리속도가 핵심인 4차 산업 혁명을 맞아 메모리 칩 수요가 다변화돼 위험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3·4분기에 반도체가 ‘영업이익 13조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메모리 가격 하락 폭보다 메모리 칩 수요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에 반도체가 올라탄 것만은 확실하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