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혜화역에서 ‘불편한 용기’ 4차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불법촬영 범죄와 사법당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지현기자
“사법부도 남초라서 여성이면 정의 구현, 남성이면 앞길 걱정!”
편파 수사와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며 모인 ‘불편한 용기’가 6일 서울 혜화역에서 5차 집회를 열고 사법당국을 소리 높여 규탄했다. 불편한 용기는 지난 5월 여성의 피의자였던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으로부터 촉발돼 이어지고 있다. 태풍 예보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4시 기준 혜화역에서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근방까지 약 600m 구간에 집회 참가자들이 운집해 구호를 외쳤다.
최근 쌍방폭행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수 구하라(27)씨가 전 남자친구 최모(27)씨로부터 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집회는 불이 붙은 모양새였다. 참가자들은 “몰카 찍지도, 올리지도, 보지도 말자” “악덕 포주 몰카공화국, 웹하드 카르텔 방관하는 정부” 등 다양한 문구의 피켓을 제작해 불법촬영 범죄를 규탄하며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불편한 용기 인터넷 카페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최씨를 공개 비판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남성 국회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총공격’을 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오후4시께 참가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 여상규 법제사법위 위원장, 금태섭 법제사법위원 등 국회의원들에게 일제히 “불법촬영을 비롯한 여성혐오 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 조항을 제정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주최 측은 앞서 8월에도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 경찰청, 법원행정처 등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 총공격’을 진행하기도 했다.
6일 오후 서울 혜화역에서 ‘불편한 용기’ 4차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불법촬영 범죄와 사법당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지현기자
이날 집회에서도 남성들과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 건너편 인도, 근처 건물 등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남성들이 눈에 띌 때마다 “찍지 마”를 함께 연호하며 분노를 표했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집회 참가자를 한정하고 남성 취재진의 취재를 제한했다는 점도 이전 집회와 동일했다.
한편 경찰은 불법촬영물 유통 통로로 거론되는 웹하드 수사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난 8월부터 한달 반 동안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관련 사법 1,000여명을 검거했다”며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9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카르텔을 깰 수 있다고 본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관련한 법 개정에도 온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