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의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는 화려하기보다는 담백했고 날카롭기보다는 웅혼했다.
‘지리산을 좋아한다면 바그너나 모짜르트보다 바흐를 좋아할 것’이라는 유홍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마세라티는 설악산보다는 지리산과 같은 차일 테다.
신호 대기를 받고 정차 중인 차는 쉼 없는 낮은 배기음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은 머플러를 튜닝해 만들어 내는 차들의 가벼움과는 달리 웅장함마저 느껴졌다. 이전과 배기음이 달라진 느낌이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마세라티의 본질은 그대로다.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를 타고 900㎞ 정도를 달렸다. 주로 고속도로를 달렸고 100㎞ 남짓은 도심 주행이었다. 최고급 세단인 만큼 최악의 연비를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마세라티가 발표한 복합연비는 ℓ당 7.4㎞로 연료를 가득 채우고 500㎞ 이상을 달렸으니 공식 연비와 엇비슷하다.
역시나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는 고속 주행에서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저속으로 주행하다 최대출력 430마력의 엔진에서 뿜어져 나가며 운전자의 상체가 뒤로 제쳐질 정도의 순간 가속도(제로백 4.8초)는 일품이었다. 하지만 더 뛰어난 것은 고속 주행 시에도 전장 5,265㎜, 전폭 1,950㎜, 전고 1,475㎜의 거대한 차체를 운전자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퍼포먼스와 안전시스템은 콰트로포르테를 최고급 세단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게 만든 비결이기도 하다.
기존 모델에서 전면과 후면 범퍼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해 더욱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난 외관은 여전히 멋있다. 상어의 코를 형상화한 디자인도 눈에 확 들어온다. 내부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했다. 주행 데이터를 제공하는 7인치 TFT 디스프레이가 속도계와 RPM 게이지 사이에 설치돼 있고 대시보드의 가운데에는 8.4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과 가까운 곳에 버튼식으로 서스펜션이나 스포츠 모드 버튼 등을 배치해 둔 것에서는 세심한 배려심도 느껴졌다. 긴 휠베이스 덕분인지 실내 공간도 넓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저속 주행감은 고속 주행감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정통 세단과의 비교다. 스포츠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의 장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복잡한 도심에서 주행할 만하다.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의 가격은 1억9,810만원 정도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