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비판' 사우디 언론인 터키서 사망

실종 나흘만에...피살 된듯
사우디 계획적 암살 가능성
양국 외교전으로 비화 우려

터키 자국 공관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저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온 반정부 언론인이 터키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지 나흘 만에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서 계획적으로 암살 작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자행하고 있는 비판세력 탄압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터키 당국자를 인용해 “자말 카쇼기가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는 것이 터키 경찰의 초기 평가”라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에서 ‘암살팀’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 측의 계획적인 암살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터키 보안 당국자는 로이터에 “공무원을 포함한 사우디인 15명이 비행기 2대에 나눠 타고 이스탄불에 도착해 카쇼기가 영사관에 있던 날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이후 출국했다”며 이들의 신원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카쇼기는 지난 2일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그의 행방을 두고 터키 측은 3일 그가 아직 사우디 총영사관 안에 있다고 밝힌 반면 사우디 정부는 이미 총영사관을 벗어났다고 맞서면서 양국 간 외교 사안으로 비화한 상태다. 사우디 측은 카쇼기 피살 보도가 나온 후에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카쇼기는 사우디 일간지 알와탄 편집국장 출신으로 사우디 지배층과 가까이 지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넘겨받은 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위험인물’로 찍혔다. 실제 카쇼기는 사우디 정권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머물러왔다.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와 터키의 외교관계가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지역 국가들이 카타르를 제재하자 터키가 카타르를 지지한다는 표시로 군대를 보내면서 양국 관계는 이미 소원해진 상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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