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 철인경기' WRC 첫 우승 보인다

獨법인, 엔진서 차체까지 수제작
고성능 과시...브랜드인지도 높여
레이싱대회 전용 모델 i30 TCR
지금 주문해도 3개월 기다려야

독일 알체나우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제작한 첫 판매용 경주차 ‘i30 N TCR’을 모델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왕국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50㎞ 떨어진 알체나우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 기자들을 만난 슈테판 헨리히 마케팅담당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현대자동차의 ‘현대 쉘 모비스 WRT’ 팀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숨 가쁜 목소리로 전했다. WRC는 F1과 함께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자동차경주대회로 11개월간 전 세계 13개국에서 아스팔트와 자갈길·눈길·산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철인경기’다. WRC에 출전한 차량은 힘은 물론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내구성이 필수다. 최대 380마력의 힘을 내는 전륜구동 i20 WRC로 출전한 현대차(279점)는 도요타 가주(Gazoo) 레이싱팀(284점)과 5점 차이로 1위를 다투고 있다.


i20 WRC가 탄생한 독일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1만6,000㎡ 부지에 7개 부서(설계·엔진·워크숍·물류·마케팅 및 홍보·커스터머레이싱)의 250여명이 현대차의 고성능차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현대차 i30 WRC의 엔진은 가격만 2억원에 달한다. 은색 특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엔진에 WRC 규정(1.6ℓT-GDI)에 맞춰 연결된 싱글 터보 과급기는 ‘강철 심장’을 연상하게 했다. 황인구 엔진 담당 연구원은 “부품을 일일이 주문해 수작업으로 만든 엔진”이라며 “WRC 레이싱카들의 엔진 가운데서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으로 들어서자 i20와 i30 차체들이 리프트 위에 떠 있다. 바퀴가 달린 선반 위에는 서스펜션 암(Arm)과 브레이크 캘리퍼 등 각종 부품에 바코드가 찍혀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i30N은 자동차 레이싱 대회 월드투어링카컵(WTCR)에 나갈 목적으로 팔리는 모델이다. 현재 i30 TCR을 구입해 WTCR에 참가한 BRC 레이싱팀과 이반 뮐러 레이싱팀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휩쓸고 있다. 고성능차의 성공은 정의선 현대차 총괄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남양연구소에서 WRC 출전을 계획하고 시범 차량 제작에 들어가 2013년 제네바모터쇼에서 WRC에 참가할 i30 WRC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고 이어 2014년에는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이끌던 알베르트 비어만을 영입했다. 2015년 고성능 브랜드 ‘N’은 WRC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6년과 2017년 2위, 올해는 1위를 노리고 있다.

WRC의 선전은 현대차 전체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열리는 WRC는 현장 관람객만 360만명, TV 등 중계 시청자는 160개국 8억명에 달한다. WRC에서 성적을 내면 곧바로 브랜드 인지도가 오른다. 벌써 전 세계 모터스포츠팀이 차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i30 TCR은 일주일에 한 대만 만들 수 있다. 장지하 커스터머레이싱 담당은 “전 세계에서 40여개 팀이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금 주문해도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체나우=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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