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김광식 감독 “‘안시성’을 기점으로 고구려 시리즈 영화가 계속 되길”

“안시성 성주 양만춘은 고구려 정신 그 자체다”

충무로 최초로 시도되는 고구려 액션 영화 ‘안시성’이 올해 개봉영화 중 세번째로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신과함께:인과연’(1,227만명) ,‘독전’(520만명)에 이은 신기록이다.

영화 ‘안시성’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은 “고구려 영화가 양산되는 하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며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세간에선 ‘안시성’의 성적에 따라 고구려 영화가 다양하게 만들어질지, 혹은 여기서 그치게 될지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식 감독 /사진=NEW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나 광개토대왕의 일대기 이야기도 있잖아요. 충무로에서 이미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안시성’을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하던걸요. 이게 좋은 시작이 돼야 우리 역사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직은 고구려 영화는 시기상조이다고 접을 수도 있을 듯 해요.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작사 스튜디오앤뉴가 수작과 손잡고 만든 200억 대작 영화 ‘안시성’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손익분기점 580만명을 넘어서야 김광식 감독의 초조함이 경감 될 듯 하다.

스크린 가득 고구려의 승리를 담은 영화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2000컷의 방대한 CG와 스카이워커, 드론, 로봇암, 팬텀 카메라, 러시안 암 등의 최첨단 장비까지 총동원됐다.

‘안시성’의 출발은 양만춘이 연개소문 쿠테타에 동조하지 않고 혼자 맞서 반대한 역사에서 시작됐다. 감독은 연개소문에게 반역자로 찍히고,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라를 지킨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역사에 기록된 많은 전투들은 나라 대 나라의 싸움인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특이하게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은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아 나라에서 반역자라 불렸다. 정부군이 아니라 반란군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반역자로 불림에도 당 태종과 싸워서 자신을 증명해낸 것이 마음에 들어 그 부분을 재발굴하고 싶었다”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을 기초로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원래 시나리오 ‘더 맨’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가 마지막에 전투가 한 번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광식 감독은 공성전을 중심으로 하고, 대규모 전투 속에서 캐릭터와 드라마를 쌓았다. 안시성과 전투씬 그 자체가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전쟁 자체에 초점을 맞춘 ‘안시성’은 당 태종의 20만 대군에 대항하는 양만춘의 5천명 성군들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공성전이 영화의 중심이고 중요한 소재다. 그래서 다른 영화들처럼 캐릭터가 드라마를 쌓아가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전투하는 방식이 아니라 4번의 전투가 벌어지면서 드라마를 쌓아가는 방식이며 전투 하나 하나 마다 시그니쳐 액션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가 역사에서 지워진 고대사인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참고할 만한 사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남아있는 부분은 최대한 참고를 하였고 부족한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웠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펼쳤다.




“안시성 전투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이세민이 안시성을 여러 번 공격했음에도 정복하지 못했다고만 알려졌다. 유일한 내용이 당나라에서 토산을 쌓았고, 토산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서 고구려의 특공대들이 점령해 이세민이 후퇴했다는 거다. 그 사실에 기반해 고구려군이 주체적으로 토산을 무너뜨렸다는 설정을 더했다. 당시 사회가 중앙집권적인 게 아니었고, 심지어 안시성은 요동의 완전한 변방이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복장이나 말투, 인물들 간의 관계도 더 자유롭고 소탈하게 그리고자 했다”

‘안시성’의 주인공 조인성이 이번 영화 제안을 두번이나 고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김광식 감독 역시 조인성이 느낀 부담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부담감이 큰 프로젝트인 건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흥행을 떠나 영화 인생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을것이다”고 전했다.

감독은 조인성에게 만화 ‘슬램덩크’ 속 강백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인성을 양만춘에 투영하면 ‘새롭고 젊은 사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인성 씨에게 처음 건넨 시나리오 속 양만춘은 내향적이고 고뇌하는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조금 더 외향적으로 바꿔야겠단 생각을 했다. 인성 씨가 가진 남성적이고 거친, 그러면서도 권위를 벗어던진 느낌을 양만춘이란 인물에 투영시키고 싶었다. 또 대하사극에서 보는 장군의 상은 50~60대인데, 역사적 사실로 보면 지금의 조인성씨 나이 정도의 30대가 성주나 장군을 했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새롭게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조인성이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영화는 보다 힘을 받게 됐다. 젊고 섹시한 사극을 만들고 싶었던 감독의 바람은 그렇게 한걸음씩 목표에 다가갔다. 주필산 전투에서 패한 후, 연개소문의 비밀 지령을 받고 안시성에 들어온 태학도 수장 사물 역은 남주혁이 맡아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쳤다. ‘성주’ 양만춘을 언제나 듬직하게 보필하고 성민을 지키는 ‘안시성의 부관’ 추수지 역은 배성우가 맡아 활약한다. 빠른 행동력과 공격적인 돌파력으로 고구려의 최강 기마부대를 이끄는 기마대장 파소 역엔 엄태구가 나선다. ‘여군’ 백하 부대의 리더 백하는 김설현이, 고구려의 미래를 내다보는 신녀 시미는 정은채가 연기했다. 또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아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쟁의 신’으로 불린 당나라 황제 이세민 역은 박성웅이 함께했다.

4번의 전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백미인 영화다. 김광식 감독이 새로이 각색해 만든 ‘안시성’은 총 네 번의 대규모 전투씬이 펼쳐진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2번의 공성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토산 전투 등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전쟁 장면들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파격적인 전투 액션이다. 그럼에도 감독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다른 영화에서는 클라이맥스에 한 번 나올 액션을 무려 네 번이나 쏟아부었다. 한 전투에만 촬영 기간이 한 달 이상이 걸렸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더라. 더 찍고 싶은 게 있어도 정해진 시간과 제작비가 있어서 더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

‘안시성’은 대규모 전투씬 외에도 약 2,000여 컷의 CG가 등장한다. CG 작업은 매 전투마다 전담 팀을 두고 진행했고, 전투 한 장면당 사용된 CG 분량은 보통의 한국영화 한 편에 등장하는 CG 분량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 중 특히 말(馬)을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안시성‘은 한국 영화 최초로 말 모션 캡처를 시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500컷 이상 큰 규모의 군중 시뮬레이션이 활용되어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쾌감이 있다.

다양한 CG 컷은 ‘안시성’ 언론시사 전까지 감독을 애를 먹인 부분. 추석 시장을 겨냥했던 ‘안시성’은 CG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가슴 졸임도 잠시, 언론시사 며칠을 앞두고, CG가 완성이 됐다. 그렇게 추석 대전에 뛰어들게 됐다.

“CG가 2천 컷이 들어간 영화다. 물리적인 작업만 끝난 게 지난 1월 말이었다. 이후엔 CG를 완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정말 이러다 개봉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번 여름 시장을 놓치면 겨울로 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작품을 너무 묵히게 된다. 어떻게든 추석 시장에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내 깡패같은 애인’(2010)이나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 등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을 주로 해왔던 김광식 감독은 이번 영화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김광식 감독은 ‘안시성’을 가리켜 ‘젊은 사극’이라고 표현했다. 전쟁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한 김광식 감독은 ”‘안시성’을 기점으로 고구려 시리즈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핀오프로 양만춘과 신녀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듯 해요. 그 다음엔 평양성을 배경으로 또 다른 전쟁 영화를 상상해봅니다. 물론 이 모든 게 ‘안시성’이 잘 됐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 않을까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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