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미국 정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미중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경계하는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할 경우 미중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져 주요2개국(G2) 간 경제패권 다툼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우려하고 있다며 다음주께 발표될 환율보고서에서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중국 당국의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달러당 7위안을 연일 위협하는 약세를 보이자 트럼프 정부에서 나온 반응이다. 9일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9% 오른(가치 하락) 6.9019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6.9307위안까지 치솟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이라는 확실한 요건 하나를 충족시키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재무부의 입장이 지난 4월과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지난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당시 불공정한 환율개입을 하지 않기로 서로 ‘양해(understanding)’함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사실상 없지만 미중이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위안화 약세로 아시아 주요 증시의 약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와 맞물려 포퓰리즘 정권이 수립된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로 유럽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실정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