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부딪힌 태양광 사업]2,400㎿ 송전연결도 못하는데...신재생 비중 두배 상향 저울질

■사업장 곳곳 부작용 속출
각종 민원에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늘어 사업 접기도
사업 개시해도 한전 변전소 포화로 송전연결 하세월
"정부 목표치 달성 사실상 불가능...탈원전 재고해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성재리에 조성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로 토사가 유실 되자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권욱기자

발전원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40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서 논의되고 있다. 100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계획을 낸 지 1년 만이다. 20%라는 수치도 지난 2015년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11.7%보다 두 배나 높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계획이 나올 때마다 두 배씩 높이는 것은 빠르게 늘어나는 태양광 설비 보급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1.4GW를 기록했다. 태양광발전 수익을 기대한 사업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8월에 이미 지난해 연간 보급량(1,184㎿)을 넘어섰다. 올해 정부 보급 목표인 1.8GW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과속은 여러 문제점을 양산했다. 장마와 태풍으로 값싼 산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이 무너져 내리며 안전성에 한계를 드러냈고 투기 논란과 공사장 소음 등에 따른 민원으로 주민 간 갈등이 생겼다.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시간에 태양광·풍력발전의 전력 공급량 비중은 2%를 밑돌며 주전원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그럼에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또다시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단계적으로 천천히 밟아나가야 할 중대 사안이 지나치게 양적 확대에만 매몰돼 부작용만 양산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부 의도와 반대로 가는 지자체=
올해 태양광 설비가 최대폭으로 증가했지만 속도가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하거나 100m 이내로 최소화하도록 하는 재생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규제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환 자유한국당의원실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2017년 3월 기준 54개 지자체에서 이격거리 규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태양광사업장의 붕괴 위협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규제를 다시 도입한 지자체가 늘어 총 95곳에서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안전 문제와 산림 훼손, 태양광 패널의 반사광, 공사장 소음에 따른 민원이 급증하면서 허가 받은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무산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김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허가된 태양광발전 사업 중 절반도 사업개시로 이어지지 못한 지자체가 17개 시도 가운데 10곳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19.2%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강원(20.6%), 충북(22.7%), 경북(25.1%), 전북(28.7%)이 뒤를 이었다.



◇허가는 늘었지만 사업지연 속출
=사업이 개시되더라도 계통 연결까지 하세월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한 신재생에너지 송전 계통 용량 초과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약 2,401㎿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송전계통에 연계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9%인 2,398㎿는 정부가 주력으로 보급 중인 태양광 및 태양열이다. 계통 연결이 안 되면 생산한 전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김 의원은 “정부의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에 따른 계통 접속의 수요는 올라가는데 한전은 허가 용량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급격한 탈원전으로 발생하는 전력의 공백을 정권의 숙원과제인 재생에너지를 통해 억지로 메우려다 보니 고려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욕은 이뿐이 아니다. 2030년까지 자가용 태양광 패널 설치 가구를 156만가구로 늘리겠다는 정책 역시 현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거환경상 전월세 입주자들이 많아 정부 목표치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역시 태양광 패널을 자택에 설치하려다 주민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과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 보급 의욕만 앞선 정부 정책에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사업 허가 방침을 철회하고 에너지 산업의 백년대계를 무너뜨리는 무리한 탈원전 정책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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