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한 경찰이 고양 저유소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대한송유관공사가 고양 저유소 탱크 밖 잔디밭 화재를 18분 동안 알아차리지 못해 폭발 사고로 이어진 사실이 9일 드러났다. 저유소는 주유소로 보내기 전 기름을 임시보관하는 장소로 고양 저유소는 지난 2000년 12월 민영화된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한다.
이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측은 저유소 탱크 내부에 불이 옮겨붙기 전 18분간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초 화재 원인은 스리랑카인 A(27)씨가 지난 7일 오전10시30분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날린 풍등으로 지목됐다. A씨가 날린 풍등은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밭에 추락했으며 잔디에서는 오전10시36분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폭발은 18분 뒤인 오전10시54분께 일어났으나 이때까지 대한송유관공사 근무자 6명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사측은 “휘발유 탱크 외부에 화재감지센서가 없어 화재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화재감지 시스템의 부재에 더해 유증환기구 주변에는 스프링클러 등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도 없었다. 결국 작은 풍등 하나가 휘발유 260만ℓ(43억원어치)를 태우는 등 총 7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낳았고 화재 진화에만 17시간이 소요됐다.
경찰은 풍등과 저유소 화재 간 인과관계를 추가 확인하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8일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측의 위험물안전관리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추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전국의 위험물 저장 탱크에서 사고가 빈번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8월까지 전국 위험물 저장 탱크에서 총 4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화재는 5건, 폭발 사고는 9건이었다.
고양시 화재와 유사한 옥외 탱크 폭발 사고 5건 중 3건은 책임자가 형사입건됐으나 나머지 2건은 안전조치나 관리자 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조사하는 수준이었다. /고양=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