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배출된 결핵균이 다른 사람의 폐로 들어가 타인을 전염시킨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2014~2017년 결핵치료를 거부해 질병관리본부가 관할 보건소에 별도관리 요청한 ‘비순응 결핵환자’가 1,391명에 이른다고 10일 밝혔다.
결핵환자는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소는 비순응 환자를 전화상담·가정방문해 치료권고 및 교육을 하지만 관리과정에서 연락이 두절되거나 등록된 거주지로 찾아가도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 관리를 중단한다. 이렇게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결핵환자가 4년 간 188명이나 됐다.
최 의원실이 188명에 대한 대책을 따지자 질병관리본부는 관리중단 이후 치료를 받았는지 전수조사해 66명이 치료를 완료하거나 재개했고 9명이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113명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예방관리법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이 감염병 예방·차단을 위해 경찰 등에 개인정보·위치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결핵환자 관리를 위해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법에서 허용한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결핵 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라는 비전 아래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추진해왔다.
최 의원은 “연락두절된 환자의 경우 계속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 본인의 건강 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마저 위협할 수 있다”며 “질병관리본부는 연락이 안 되는 결핵환자를 찾기 위해 법에서 주어진 권한조차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치된 결핵환자는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킬 위험이 매우 높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결핵환자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 접촉자 중 1%가량은 결핵환자, 22%는 잠복결핵에 걸린 것을 확인됐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면역력에 의해 균 증식이 억제돼 ‘활동성 결핵’에 걸리지 않은 상태다. 이 단계에선 별다른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지만 면역력이 약해져 균이 증식하면 약 10%(5%는 2년 내, 5%는 평생에 걸쳐)에서 결핵이 발병한다. 폐결핵이 가장 흔하다. 결핵의 주된 증상은 2주 이상 기침·발열, 수면 중 식은 땀, 체중감소 등이다.
결핵의 표준치료기간은 6개월이다. 초기 2개월 간 4개 항결핵약(이소니아지드·리팜핀과 에탐부톨·피라진아미드)으로 집중치료하고 이후 4개월(유지치료기간) 동안 2~3개 약(이소니아지드·리팜핀과 에탐부톨)을 복용한다. 치료의 근간이 되는 2개 핵심 약제인 이소니아지드·리팜핀 모두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 18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잠복결핵 감염자는 3개월 정도 두 가지 항결핵약을 복용하면 결핵 발병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의 모든 신생아에게 결핵예방백신(BCG) 접종을 통해 소아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중증결핵을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결핵을 평생 동안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