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자국의 언론인을 살해한 의혹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종한 권력 남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WP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가 워싱턴에 체류하면서 WP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해온 자국 출신 저명한 언론인을 또 다른 미국의 동맹이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에서 납치, 살해하는 것은 상상 불가였다면서 이는 야심 많고 무모하기 그지없는 33세의 실권자 빈살만 왕세자의 부상과 함께 그를 무분별하게 후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탓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그의 가장 무법적인 모험이라도 미국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안겨주고 고무해왔다고 개탄했다.
WP는 반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이란과의 핵 합의를 반대하고 예멘 내전에 개입해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을 살상한 사우디 정부와 거리를 둬왔음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과 함께 사우디 측의 충성서약과 대규모 미국 무기 구입 약속에 굴복해 사우디와 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섰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수백 명의 자유주의 행동가들을 투옥한 빈살만 왕세자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또 2017년 다수의 기업인과 왕족들을 호텔에 연금해 막대한 재산을 강제 양도받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사우디 살만 국왕과 왕세자를 크게 신뢰한다”면서 “그들은 그들이 뭘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3월 빈살만 왕세자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인권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대량 구매키로 한 것만 강조했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결국 미국의 이러한 묻지마식 지지가 빈살만 왕세자로 하여금 미국과의 관계손상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고 반대자들을 침묵게 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