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왼쪽)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해온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올해 말 물러나는 헤일리 대사의 후임으로는 중동전문가인 디나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헤일리 대사를 접견한 후 기자들에게 차기 유엔 대사로 5명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며 파월 전 부보좌관을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전 부보좌관이 검토 명단에 있다”며 “그 일을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중동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그가 차기 유엔 대사의 유력 후보로 거론됨에 따라 내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파월 전 보좌관은 ‘이방카의 여자’로 불릴 만큼 이방카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서 차기 유엔 대사로 가장 선호되는 인사라고 WP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부부가 차기 유엔 대사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이방카가 유엔 대사직을 훌륭히 수행해내겠지만 ‘족벌 등용’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며 자신의 딸을 뽑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의 사퇴로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상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유엔 대사 교체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갑작스럽게 바뀔 것으로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대북 협상 모드가 본격화하는 국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헤일리 대사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세 가지 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CNN 등은 헤일리 대사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과의 갈등으로 올해 초부터 중요한 논쟁에서 배제되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것이 사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공직생활을 하느라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민간 부문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과 대권 도전을 위한 사전 준비 행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당내 경쟁자로 여겨져온 그는 2020년 대선 출마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가 2024년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