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배우 차학연과 빅스 엔, 그리고 인간 차학연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데뷔 전 출연한 뮤지컬 ‘광화문연가’부터 드라마 ‘호텔킹’, ‘발칙하게 고고’, ‘터널’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차학연은 최근 종영한 ‘아는 와이프’ 속 김환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한 문장을 가지고 3일을 고민했을 정도로 깊게 파고 들었다.

그의 또 다른 이름 빅스 엔으로서는 어떨까. 무대에서 완벽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은 물론 카메라 동선까지 외우는 게 버릇이 됐을 정도였다.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말이 그저 틀린 말은 아니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

그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덕분일까.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선보였던 ‘도원경’ 퍼포먼스가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시작해, IOC 총회 개회식 무대까지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활짝 연 차학연은 자신의 모든 성장 동력을 오롯이 팬들에게 돌렸다.

슬럼프가 올 때마다 자신의 5년, 10년 후를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는 차학연. 배우와 가수 그리고 사람 차학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첫 드라마 ‘호텔킹’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

: ‘호텔킹’은 내가 가진 말투나 동작을 가지고 연기를 해서 큰 부담이 없었다. 다만 지금 변팀장님이 말씀하셨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리액션 하는 것들이 많이 부족했다. 노력을 했던 건 똑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부담을 가지지 않고 나로만 연기를 하려 했던 게 너무 아쉽다. 그걸 바꿔 준 계기가 ‘발칙하게 고고’와 ‘터널’이다.

Q. 두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나

: 빅스 엔, 차학연을 빼내기 시작했다. ‘터널’ 찍을 당시에 헤어, 메이크업도 안 한 채로 촬영장을 가서 온 몸에 상처가 나고 피가 나도록 연기를 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찍은 모습이 극중 광호라는 인물로 응축돼서 나왔을 때 ‘이렇게 하는 게 멋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 상황에 알맞은 인물이 되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느꼈다. 연기적으로 아직 한참 멀었지만 생각이나 느낌은 처음 연기할 때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Q. 빅스 엔, 사람 차학연, 배우 차학연의 구분을 잘 하는 편인가

: 물론 그에 따른 노력이 뒷받침됐겠지만 동시에 여러 활동을 병행하는 분들 보면 부럽다. 그에 반해 나는 아직 배테랑처럼 전환을 자연스럽게 하지는 못 한다. 가수와 배우, 또 차학연과 배역으로서 구분을 하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조용한 걸 즐기고 고민하는 걸 즐기고 소소하게 멤버들과 모여 있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술과 담배도 안 하고 다양한 경험들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야에 빠져들 때 더 많은 노력이나 연습들이 필요한 것 같다.


Q. 무대에서 다른 사람 같아 보일 때도 정말 많다

: 빅스 엔도 차학연과는 다르다. 엔으로서 무대 위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부터 무대 위 카메라 동선까지 외우는 편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들을 봤을 때 오는 쾌감을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무대가 정말 좋다. 그 순간 나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다. 그런 마음 때문에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벌써 데뷔 7년차, 그동안 정말 많은 걸 해왔는데 지금까지 이룬 것 중에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였나

: 정말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요대제전’에서 보여드린 ‘도원경’ 퍼포먼스가 역주행을 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거다. 사실 그때 나에게 슬럼프가 왔었다. 빅스가 하던 걸 계속 하는 게 맞는지, 아예 새로운 걸 하는 게 맞는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때 ‘도원경’ 무대가 그런 반응을 얻어 낸 거다. 예전에 슬럼프가 왔을 때 ‘저주인형’ 1위가 큰 원동력이 된 것처럼 이번에도 큰 힘이 됐다. 이걸 통해서 빅스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또 많아지는 것 같고 사람들이 빅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멤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 행복했다.

Q. 반대로 아쉬운 순간은

: 아쉬운 건 정말 많다. 앞으로는 차학연이라는 사람을 지금처럼 성장시키고 계속 변화해 나가고 싶다. 문득 나 스스로도 한 번씩 질리는 순간들이 오는데, 이렇게 변함없이 나를 좋아하는 팬분들도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오고 다른 매력이 보이지 않으면 함께 걸어 나가는 게 힘든 순간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힘듦을 팬분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변해서 나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나도 재미있어하는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9kg 정도하고 피겨스케이팅도 배웠다.

Q. 팬들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 팬분들은 나를 변하게 해준 사람들이다.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궁금해 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10년 전 모습 그대로였을 거다. 누군가 기대해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에게서 오는 믿음이 있기때문에 그걸 깨고 싶지 않아서 하는 노력들이지, 스스로 내가 멋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고마운 점이 많다. 아이돌로서 시작한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연기돌’ 수식어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부분은 내가 짊어지고 갈 무게이자 풀어가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 그 외에는 옆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Q. 서른이 얼마 안 남았는데, 차학연의 서른은 어떻게 꿈꾸고 있나

: 슬럼프가 왔을 때 극복하는 방법이 5년 10년후의 나를 상상하는 거다. 물론 10년 전에 상상한 내 모습에 지금이 못 미치기는 한다. 그래도 그 길을 꾸준히 가고 있는 내가 있으니까 그런 걸로 슬럼프를 푼다. 나도 ‘왜 이것 밖에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면 자꾸 파고들고 우울해 지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5년, 10년 후의 나를 생각하면서 ‘괜찮아 지금처럼 하다 보면 그런 시기가 오겠지’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더 노력하게 되고 조바심도 잠식시킨다. ‘호텔킹’ 때만 해도 조바심이 많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잘 되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5년, 10년 후를 그리면서 천천히 갈 수 있는 것 같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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