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탄탄한 벽돌로 쌓은 나만의 집을 만들고 싶어요”
이제는 배우 차학연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 OCN ‘터널’로 시청자들에게 배우로서 눈도장을 찍은 차학연이 1년 만에 tvN ‘아는 와이프’ 속 김환으로 완벽 변신했다.
차학연이 연기한 김환은 극중 차주혁(지성 분), 서우진(한지민 분)이 다니는 은행의 동료이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로, 차학연은 자칫 미워 보일 수 있는 이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정적인 성향의 차학연과 동적인 성향의 김환. 둘은 분명 극명하게 달랐다. 그만큼 차학연이 김환의 조각들을 찾아 나가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을 터. 극이 끝나는 순간까지 역할에 대한 고민과 부담을 놓을 수 없었던 차학연은 모든 연기가 끝난 순간에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는 와이프’와 함께 한 추억을 더듬는 매 순간 마다 눈을 반짝이고 행복함을 드러냈던 차학연. 시청자들에게 남긴 깊은 인상만큼이나 차학연은 분명 연기자로서도 한뼘 성장했다.
Q. ‘김비서’ 후속, 지성-한지민 만남, 부담이 컸을 것 같다
: 부담감이 컸고, 그 부담감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았다. 드라마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 외에도 멋있는 선배님들과 연기를 하는 만큼 나도 여기서 캐릭터를 잘 살려서 드라마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하나를 할 때 긴 시간을 준비하는 편이고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없다 보니 노력을 정말 많이 해야 했다.
Q. 역할이 그동안 엔이라는 인물과는 차이가 크다. 김환이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잘 소화할 자신이 있었나
: 종방연 때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미팅 때 대본을 읽고 나서 ‘나는 무조건 이 친구’라고 하셨다더라. ‘무조건’이라는 말이 정말 좋았다. 환이라는 캐릭터가 사실 원래 내 모습과는 정반대다. 성격, 취향, 옷 입는 것까지 모두 다르다. 그만큼 차학연의 모습을 많이 빼려고 했고 환이의 조각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Q. 김환의 조각들을 어떻게 찾아나갔나
: 주변을 둘러보면 어딘가 김환과 닮은 사람들이 한 명씩은 있더라. 특히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는 환이가 낯설지 않다. 회사원 중에서도 자신이 먼저고 효율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부분들을 찾아보면서 환이의 조각을 완성해 나갔다. 이기적인 말투부터 헤어스타일, 비주얼적인 포인트도 많이 신경 썼다.
Q. 김환 캐릭터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이었나
: 감독님과 이야기를 환이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촬영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이 인물을 표현해야 할까 고민이 컸다. 자칫 미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밉지 않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래서 환이라는 캐릭터의 흐름을 길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캐릭터가 밉지 않게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잘했다기보다 주변에 계셨던 선배님들이 잘 해주신 덕분이다. 이 캐릭터를 밉지 않은 상대로 인식하고 연기해주셨고 그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다.
Q. 김환 캐릭터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나
: 김환이라는 캐릭터는 변팀장(박원상 분)님이 “자!”라고 하면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짐을 챙기고 있더라(웃음). 물론 환이가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일을 할 때만큼은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객을 대할 때 개인주의 성향을 드러내거나 틱틱대는 말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직원에게는 못 미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김환도 친절하다.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Q. 내가 봐도 ‘얘는 좀 특이하다’ 이렇게 생각됐던 장면이나 대사들을 꼽는다면
: ‘고객놈들’이라고 포스터에 잘못 쓴 장면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환이가 이렇게 큰 글자를 못 봤을까 싶더라(웃음). 그 신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칼퇴근을 하는 환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 업무의 질을 생각하기 보다는 빨리 이 업무를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체크를 못했을 수 있겠더라.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지성과 한지민의 타임슬립이 중심이 되기는 했지만 사회 구성원의 김환의 성장도 돋보였다
: 종방연 때 작가님께 환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써 주셔서 감사했고,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인사를 드렸다. 사실 중간에 환이가 차대리(지성 분)가 짤린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갑자기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 인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컸다. 한 문장 가지고 3일 내내 고민하기도 했다. 다행히 선배님들에게 의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환의 성장을 풀어 나갈 수 있었다.
Q. 감독님이 ‘무조건’이라고 차학연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다. 촬영하면서 해준 조언들이 있었나
: 정말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모든 캐릭터에 공을 들여주셨고 많은 기회를 주셨다. 연기를 할 때 자칫 너무 과하다 싶을 때는 “환아 이렇게까지 하면 인물이 미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조언도 해주셨다. 마지막에 감독님께 덕분에 환이를 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감독님 웃음 소리를 들ㄹ으면 자신감도 생기기도 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감사하다.
Q. 김환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환경이 은행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고 구성원도 같다 보니 배우들의 호흡이 남달랐을 것 같다
: 선배님들이 캐릭터를 잘 이해해주시고 귀여워 해주셨다. 환이를 대하는 인물들까지 독립적으로만 대하면 진짜 외톨이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환이가 구성원으로서 귀엽게 보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변팀장님 역할이 컸다. 리액션은 항상 변팀장님이 받아주셨다. 덕분에 연기할 맛도 나고 힘이 났다. 변팀장님도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네가 내 얘기를 들어주기 때문이야’라고 해주셨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내가 캐릭터에 대해 고민할 때도 그렇게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되고 굳이 하나에 얽매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촬영은 끝났지만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Q. 작품을 마치고 느낀 것들이 있나
: 천천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환이의 이야기에 대해서 더 풀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로 풀어갔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내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조금씩 내가 잘하는 걸 찾아 나가고 있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벽돌로 하나씩 쌓아가면서 나만의 집을 만들고 싶다. 작품을 통해 나만의 색깔을 담아서 인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나중에는 조금 더 유연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다. 지금 이 시기들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