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입찰에 들어갔던 미 국채 10년물(230억달러) 결과를 본 시장 참여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금리는 연 3.225%인 높은 수준에 발행돼 성공한 듯했지만 문제는 응찰률. 2.39배로 1년 평균인 2.52배에 못 미쳤다. 금리가 올랐는데도 수요가 예상을 밑돈 것을 시장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200~300포인트 떨어지던 다우지수는 국채입찰 결과가 나온 오후2시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낙관 일색이던 미국 경제 전망에 이상신호들이 감지된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과 아직도 미국 경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한 후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나 홀로’ 성장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 경제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 차이가 40.22bp를 기록하며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국채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경기후퇴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가 “오는 2019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미국 경제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미 증권시장은 2월처럼 폭락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3.15%, 3.29% 떨어져 2월 초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4.08% 폭락하며 2016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뿐이 아니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실적악화와 중국의 스파이칩 이슈로 인한 정보기술(IT) 기업주들의 실적둔화 우려 역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칼럼니스트는 “미국의 실업률이 낮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눈앞의 지표는 호황 같지만 실상은 경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빠른 금리 인상이 곳곳에 악재로 번져 결국 미국 경제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4% 넘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오른 가운데 KEB하나은행 딜러들이 11일 딜링룸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 등 아시아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4.44%나 하락했고 일본과 홍콩·중국증시도 3~5%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5.37%나 하락했다. 원화가치도 급락해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원40전 급등하며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