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차 엔진룸 화재 원인 몰라도 제조사 책임"

법원, "제조사가 보험금 지급" 판결

지난해 11월17일 오후 6시 57분께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부산방향 13.4km 지점에서 A(62) 씨가 운전하던 스타렉스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차량 보닛과 운전자 좌석이 모두 불에 탔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제공=연합뉴스

법원이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차량에서 부품결함이 의심되면 자동차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 안재천 판사(민사37단독)는 “현대차가 한화손해보험에 1천34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한화손해보험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한화손해보험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2월24일 오후 1시30분께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충남 아산시 한 도로를 달리다 차량화재를 당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엔진룸 내부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차량화재 정도가 심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지는 못했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은 A씨에게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1,348만원을 지급했다. 이어 지난해 5월 현대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차량 운전자가 주기적으로 점검·정비했음에도 자동차 엔진룸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 차량에는 거래 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반면 현대차는 운전자 측 과실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운전석 측 앞바퀴 타이어의 마모 상태와 알루미늄 휠의 변형 등을 이유로 A씨가 앞바퀴 공기압 부족상태로 차를 운행했고 마찰열로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은 타이어 마모 상태를 가지고 운전석 타이어 쪽에서 최초 발화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대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차량 결함 외 다른 화재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화손해보험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소명의 이명현 변호사는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엔진룸 등 차량 제조사의 제조·판매책임이 있는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차량의 결함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경우 제조·판매자가 화재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