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그들 또한 꿈과 현실 사이 불안한 청춘이었다

■알렉 애쉬 지음, 더퀘스트 펴냄
공산당원 집안의 엘리트부터
주석 이름도 모르는 청년까지
경쟁·양극화 내몰린 中 2030
'바링허우 세대' 6명 밀착 취재


바링허우 세대와 소황제는 중국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단어다. 바링허우 세대는 덩샤오핑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실시 이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로, 독자로 태어나 황제처럼 자라 소황제로도 불린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통하기도 한다. 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 세대까지 합치면 이 연령대의 중국인은 3억 2,000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의 ‘리얼한’ 삶에는 ‘죽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어,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영국 저널리스트 알렉 애쉬의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는 그가 베이징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밀레니얼 세대’인 ‘바링허우 세대’를 오랫동안 밀착취재해 쓴 책이다. 다하이(이하 가명), 프레드, 미아 등 공산당 집안의 엘리트부터, 세계적 가수를 꿈꾸는 루시퍼, 변방의 시골청년 스네일,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샤오샤오 등 6명의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봤다. 이들 개개인의 사랑, 진학, 직장 찾기 등을 통해 부모와 사회와 부딪히는 다양한 갈등을 묘사해 독자들은 오늘날의 2030 중국인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왼쪽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다하이, 샤오샤오, 루시퍼, 스네일, 프레드, 미아.

특히 이 책의 미덕은 중국 젊은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있다. 중국의 2030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경제적 풍요를 태어나자마자 경험했지만, 경쟁과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중화사상을 주입식으로 교육받았지만 일상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심취해있으며,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 등 혼돈과 불안의 세대이기도 하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젊은이들의 모습은 이렇다. 프레드는 공산당원인 아버지를 보며 정치를 공부했다. 그는 중국의 안정과 번영 뒤에 존재하는 정부의 강력한 억압정책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시민의식과 선거제도를 접하며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다하이는 사회주의 정신을 입에 달고 사는 직장 상사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삶에 순응하는 보통 젊은이다. 또 인터넷에서는 반정부 목소리를 내지만 이런 것이 자신의 삶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해하고, 무력해한다.

이들에 반해 정치인의 이름은 물론 국가 주석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루시퍼도 등장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던 중국인의 부류다. 그는 ‘서양놀이’ 그만하라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록밴드를 만들어 꿈을 실현한 듯 보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꿈꾸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저 꿈속에 사는 것이 아닌지라는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자신이 배운 것이 현실에서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온라인과 게임에 중독된 스네일, 좋은 직업을 갖겠다는 열망도 없고 결혼도 하고 싶지 않은 샤오샤오, 칭화대의 모범생들 사이에서 담배와 문신, 패션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미아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한 명쯤은 있는 젊은이들이 중국에도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덕에 책은 렌렌(페이스북 복제판), 딸기족(겉모습은 산뜻하고 그럴싸하지만 속은 무른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이 직업 저 직업 옮겨 다니며 책임을 회피하는 부류), 달빛족(한 달 벌어서 한달 안에 다 써버리는 부류) 등 현재 중국 2030 세대에게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알려주는 한편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신조어 등이 흥미를 끈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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