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화니’. /유튜브 캡처
초등학생 새 학기 필수 준비물에 대해 설명하는 크리에이터 ‘아롱다롱’. /유튜브 캡처
“하이, 여러분. 헤어롤로 일단 머리부터 고정할게요. 이제 여드름 패치를 다 뗄게요. 작은 브러시를 이용해 잡티 커버를 하고 눈썹을 조금 밝게 그려줄게요.”
양 볼에 아직 여드름이 채 사라지지 않은 10대 남학생이 유튜브 동영상에서 놀이공원을 가기 위한 메이크업 노하우를 알려준다. 브러시·아이라이너를 몇 번 사용하더니 7분여 만에 아이돌과 같은 꽃미남 피부를 뽐내게 된다. 1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화니(김승환군)가 제작한 동영상이다. 김군은 이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유튜버다. 이 동영상은 이미 48만여명이 조회했다. 김군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1만명. 그는 영국 BBC뉴스 웹사이트에도 소개된 바 있다. 김군은 인터뷰에서 “세계에 K뷰티를 알리는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군과 같은 Z세대에게 유튜브는 놀이터이자 자신의 꿈을 키우는 학습터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는 디지털 콘텐츠에 소비하는 시간이 막대하다. 특히 유튜브는 소통과 공유·참여를 기반으로 해 Z세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TV 등 원방향 미디어에 길들여 있던 부모세대들과 달리 Z세대들은 양방향 소통을 즐기며 직접 참여하기를 바란다. 일반인들이 참여해 만드는 유튜브는 Z세대와 만나 폭발적인 확장력을 지니게 됐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유튜브의 동영상 업데이트량은 매년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용시간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0대들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총 112억분에 달했다. 이는 카카오톡(25억분)보다 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유튜브가 일상이 된 Z세대는 물건을 사거나 취미활동을 시작할 때도 그 분야의 권위자를 찾거나 유명인을 모방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의 멘토는 자신과 비슷한 일반인이다. 유튜브를 통해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거나 착용 영상을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형태다. 실제 미국의 한 대중잡지에서 10대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살 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10대들은 유명 연예인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 대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인 대도서관(나동현씨)은 “해당 상품을 직접 사용하는 동영상만큼 신뢰성이 높은 것은 없다”며 “특히 Z세대들이 원하는 디테일한 정보를 담고 있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Z세대는 학습도 유튜브를 통해 한다. 텍스트보다 영상에 더 익숙한 Z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플랫폼인 셈이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영어를 잘하는 방법’ 등 노하우를 익힐 뿐 아니라 ‘영어 잘하는 연예인’ ‘영어 랩 추천’ 등 관심 있는 분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간다. 공부 노하우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학습법뿐 아니라 공부가 잘되는 책상, 공부가 잘되는 음악 등으로 파생되며 관련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물론 공부 잘하는 분위기 조성하기, 영어 잘하게 들리는 법 등 남들에 비해 뛰어난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로 인기를 끌 기회를 얻게 되는 선순환도 발생한다. ‘유튜브 컬처’의 저자인 케빈 알로카는 이와 관련해 “유튜브에는 매일 수백만건의 ‘~하는 법(How to)’ 영상들이 올라온다”며 “그림 그리는 것 등 실용적 지식에서부터 키스하는 법 등 책으로 배우기 어려운 내용까지 업로드되며 학습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Z세대의 성공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면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까지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방송을 하는 스웨덴 출신 유튜버 ‘퓨디파이(PewDiePie)는 2016년 무려 1,500만달러(약 175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국내에서도 초등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도티(나희선씨)의 경우 인기 있는 동영상 1개당 800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티는 월평균 40개가량의 동영상을 올린다고 밝혔는데 월 3억원가량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광고와 후원금을 받게 되는데 구독자 30만명을 넘어서면 브랜드 광고가 붙게 된다. 창작자는 광고수익의 55%, 후원금의 70%가량을 받게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머지 금액은 유튜브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소득이 발생하는 유망한 직업이라는 것은 이미 초등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조사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장래희망 1위로 꼽혔을 정도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셀프 콘텐츠 제작은 유행이다. 게임, 먹방(먹는 방송) 등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반영한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에 초등학생의 일상생활 ‘귬마tv’를 업로드하는 초등학교 4학년 성규민군의 아버지는 “28명의 학급친구들 가운데 10명가량은 게임이나 먹방 같은 일상생활들을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며 “초등학생들의 우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도티’ 같은 유튜브 크리에이이터로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