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오승환 재판 개입 의혹' 고위 판사 "법원 징계에 불복"


양승태 사법부 시절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사진)씨의 원정도박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원 징계에 불복할 뜻을 밝혔다.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비판 여론을 우려한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임 부장판사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어차피 벌금형 밖에 선고할 수 없는 사건인데 4~6개월이 소요되는 공판 절차를 진행해 결과적으로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돼 해당 법관에게 조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조언이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조만간 대법원에 징계 불복의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1월 법원 사무직원과 담당 판사를 통해 임씨와 오씨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임씨와 오씨는 지난 2014년 11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4,000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당시 받고 있었다.


임씨와 오씨 사건은 당초 정식 재판에 넘기려 했으나 당시 법관인 김모 판사는 중간에 입장을 바꿔 벌금형 약식명령으로 끝냈다. 임 부장판사는 이 과정에서 주모 과장을 통해 공판절차회부 결정문의 송달 등 후속 절차 보류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나아가 사건이 이미 종국 입력까지 마쳤는데도 김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법관 상대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에 지난 4일 법관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임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견책은 서면 훈계를 기반으로 한 가장 낮은 수위의 법관 징계 방법이다.

임 부장판사는 이번 사안 자체가 자신의 부당 재판개입을 문제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는 “단순도박죄는 법정형에 징역형은 없고 벌금 1,000만원이 상한으로 규정된 범죄”라며 “김 판사도 오히려 사건의 적정한 처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가 김 판사에게 조언한 날 오후 벌금이 검찰이 청구한 700만원보다 높은 1,000만원으로 약식명령이 발령됐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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