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른쪽 세번째)경기도지사 주재로 12일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설치 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 도내 공공의료기관 수술실 내 CCTV 설치 운영방안을 놓고 열띤 격론이 벌어졌다.
경기도는 지난 1일부터 최초로 공공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운영 중이며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1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재로 도지사 집무실에서 낮 12시 40분부터 1시간 50분가량 진행됐으며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과 강중구 부의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신희원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경기지회장,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과 김용숙 안성병원 원장, 안성병원 의사 이경준, 간호사 김영순씨 등이 함께했다.
이날 토론회는 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이 지사와 환자 대표측과 의사의 인권을 강조한 경기도의사회의 격론 속에 애초 예정된 80분을 넘겨 110분간 진행됐다.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부의장은 “의사도 노동자인데 인권이 있다. CCTV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무엇보다도 CCTV설치로 인한 집중력 훼손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CCTV는 감시카메라가 아니다. 응급실과 진료실에는 이미 CCTV가 설치돼 있다”면서 “수술장면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들어오고 무엇을 하는지 보자는 것으로 환자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라고 맞섰다.
신희원 지회장 역시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절차”라며 “지금까지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있었지만 대리수술 등의 사고로 신뢰가 무너졌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모든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CCTV설치에 대해 78%의 의사가 반대한다는 경기도의사회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노동자들도 근로 장면을 CCTV로 감시하는 걸 인권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78% 의사들의 인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현재도 의과대학 학생들의 외과 기피가 심각한데 이렇게 책임만 지우고 CCTV로 감시하면 외과계 의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의사의 인권도 있지만, 환자도 대등한 계약의 당사자다. 마취된 환자가 계약 이행 과정을 알 수 없다는 것에 논란이 있다”며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된 것도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못 하기 때문”이라며 CCTV설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동욱 회장은 “의사에게 단지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모든 걸 감시할 권한은 없다”면서 “수술실에 간호사를 비롯해 많은 인원이 있다. 그들도 감시자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CCTV는 의사를 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과거에는 제재를 위해 경찰이 과속단속을 했지만, 지금은 CCTV가 예방을 위해 단속을 한다”면서 “의료원의 CCTV는 예방이 주된 목표이고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의료분쟁을 얘기할 때 제일 큰 건 수술기법이 잘됐느냐 못됐느냐가 아니라 진짜 그 사람이 수술했느냐, 중간에 바뀐 것 아니냐는 의심”이라며 “멀리서 찍으면 의료지적재산권이나 수술기법 유출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되고 수술오류에 대한 증거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도민의 세금으로 도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원에 한정해서 시험해 보는 것”이라며 “오늘 토론에서 의료계의 입장을 들었으니, 도민 의견도 모아보고 내부토론도 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검토하겠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도는 지난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시범적으로 CCTV를 운영 중이다. 도는 내년부터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로 CCTV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