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와 달러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도 중국의 무역 실적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함에 따라 중국이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버티기’ 기조를 더욱 굳히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 9월 중국의 달러화 기준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8.2%)와 전달(9.8%) 수준을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지난달 24일부터 미국이 대중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 부과를 강행한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통상 압박이 중국의 수출에는 이렇다 할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제조업 경기둔화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수입 증가세도 예상치(15.3%)에는 소폭 못 미쳤지만 14.3%로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의 수입 증가율은 20%였다.
위안화 기준으로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7% 증가해 예상치(9.2%)를 크게 웃돌았으며 수입도 17.4%로 시장의 예상(15.2%)을 가뿐히 넘었다. 무역수지는 2,132억위안(35조607억원) 흑자를 기록해 1,362억위안 규모를 내다본 시장 전망치를 크게 넘어섰다.
특히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미 무역흑자는 341억3,000만달러 규모로 전달의 311억달러를 크게 웃돌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00일 전 발발한 미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흑자가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미 흑자폭 확대로 미중 통상분쟁이 격화하고 양국의 무역협상이 난맥상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중국은 지표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크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황쑹핑 해관총서 대변인은 이날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극단적인 압박수를 동원할 가능성도 누그러지는 분위기여서 중국 지도부는 당분간 증시와 외환시장 안정에 집중하면서 미국의 추가 압박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7위안을 위협하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6.9위안을 오르내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전날 5% 이상 폭락한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보합권을 오르내리며 급락세를 일단 멈췄다.
앞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 행장도 전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매체 차이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6.5%)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행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년간 부채 문제 해결에 노력해온 결과 현재 부채 비율은 안정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중대한 변화”라고 자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금융시장과 경제가 아직 위험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중국 재정부가 발행한 30억달러(3조4,000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5년·10년·30년물에 170억달러(19조3,000억원)어치의 주문이 몰렸다. 미국 국채와의 금리차도 5년물이 0.3%포인트, 10년물 0.45%포인트, 30년물 0.7%포인트에 그쳐 격렬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중국의 달러화 채권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WSJ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수준의 채무에 대한 우려에도 중국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외국인투자가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