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국산 신약에 병용요법 ‘러브콜’… 신약 개발 새 돌파구 여나


글로벌 제약사가 잇따라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실시하면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여러 의약품을 특정 질환에 동시에 투여하는 병용요법은 단독요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낮아 국산 신약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테라젠이텍스의 관계사인 메드팩토는 최근 면역항암제 ‘벡토서팁’과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와 병용요법 방식의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이번 임상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2년에 걸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메드팩토는 지난달에도 MSD ‘키트루다’와 위암 및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업무협력을 체결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단기간에 글로벌 제약사와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잇따라 체결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글로벌항체신약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된 파멥신도 올해 초 MSD와 재발성 뇌종양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파멥신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타니비루맵’과 MSD ‘키트루다’를 동시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멥신은 앞서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단독요법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효능을 입증한 만큼 병용요법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 중인 신라젠은 국내 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병용요법을 진행 중이다. 앞서 BMS의 면역항암제 ‘여보이’와 말기 고혈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에 돌입했고 지난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주관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와 차세대 대장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병용요법에 돌입했다.

올 7월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과 신장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병용요법 임상시험도 시작했다. 리제네론은 암젠, 길리어드, 셀진 등과 함께 글로벌 5대 바이오기업으로 불리는 대형 바이오벤처로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면역항암제 ‘REGN2810’을 공동 개발 중이다.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기술력을 놓고 전통적인 제약사와 대형 바이오기업이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바이오기업과 병용요법에 나서는 것은 아직 상용화한 제품은 없지만 개발 중인 국산 신약이 각종 임상시험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병용요법을 통해 개발 중인 신약의 기술력을 증명하면 기술수출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신약 개발기간을 앞당겨 조기에 제품을 상용화하고 후속 신약을 개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병용요법은 단독요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지만 기존 출시된 의약품과 함께 판매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이라며 “독자적인 신약 개발에 매달리기보다 병용요법을 통해 신약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차세대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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