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장작불로 사그라질 운명일 뿐.
호기심 반 기대 반, 표고버섯을 직접 키워보겠다고 몇 달 전에 참나무 종균을 농장주인으로부터 구입했다. 주인이 팔려고 했던 나무엔 이미 몇 송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신기해서, 아 이렇게 자라나면 버섯은 따로 사지 않고 먹을 수 있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순진했던 걸까? 기대와 달리 이미 달려 있던 버섯을 따 먹은 후 두어 개 나온 후로부터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래도 한번 살려보자는 마음에 그 무덥던 여름날 아침마다 물조리개로 참나무에 물 샤워를 해주었다. 나름 지극정성 보살폈다.
값비싼 장작으로 끝날뻔 했던 버섯종균 참나무. 나뭇가지가 자라 듯 어느날 문득 버섯송이들이 피어났다.
하지만 참나무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기다리는 사람 속만 태우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가 버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섯이라는 존재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폭염도 물러가고 어느새 쌀쌀해진 가을날 아침, 현관문을 열고 출근을 하는데 무엇에 이끌리듯 참나무 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순간 눈이 의심될 정도로 참나무에 버섯송이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막 내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버섯 나왔어’라고 현관문을 열고 소리쳤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아내가 ‘진짜?’ 반문했다. 밖으로 뛰쳐나온 아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어느새 얼굴이 환해졌다. 퇴근하고 들어온 나보다 더 반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더니. 자연은 어느 날 갑자기 깜짝 선물을 안겨주는구나. 버섯 부농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