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부터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무려 세 작품 연속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 김병철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적재적소에 유머가 들어있어 대본만 읽어도 재미있었다” 고 털어놨다.
이병헌, 김태리, 변요한, 김민정, 유연석, 이정은, 조우진 등 함께한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배우 김병철 역시 ‘기가 막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드라마에 흠뻑 빠져 봤을 정도.
“이응복 감독, 김은숙 작가 작품의 특징이 인물들이 하나하나 보인다는 점이죠. 이번에도 캐스팅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보다 세상과 좀 더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나올 수 있는 유머 및 대화들이 대본 안에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있었어요. 그 대본이 연출님의 손을 거쳐 섬세하게 편집이 되는 점도 일품이었습니다. ”
배우 김병철/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김병철/사진=양문숙 기자
김병철은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우럭 닮은 군인’(특전사 박병수 중령)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도깨비’에서, 절대 악역으로 등장해 ‘파국 아저씨’(간신 박중헌)로 불리더니, 이번엔 ‘신통방통’ 만능 재주꾼 일식이로 활약했다.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에서 전당포 ‘해드리오’의 주인 일식이를 연기한 김병철은 “일식이는 이전 인물들보다 강렬함은 없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했던 인물들 중 능력치가 최대인 캐릭터이다”고 해석했다.
전직 추노꾼인 일식은 문맹이지만 빠른 상황판단력을 바탕으로 동업자 춘식(배정남 분)과 함께 마지막까지 남아 의병 활동에 힘을 보태는 캐릭터다. 과거 유진초이(이병헌 분)를 일부러 살려줬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에는 유진의 부탁이라면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마다 않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며 극 후반부로 존재감을 더했다. 방송 말미 그는 결국 고애신(김태리)를 도와 의병이 되며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김병철에게 일식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
“일식은 보기에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능력이 있겠어?’ 싶겠지만 가제트 같은 능력을 지녔어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이죠. 저 역시 탄복하게 됐으니까요. 쉽게 볼 수 있는 전당포 아저씨로 보일 수 있는데, 일제 치하에서 누군가 뭔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구해다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사람도 좋아요. 일식과 춘식의 이후가 저도 궁금합니다.”
‘미스터 션샤인’속 일식 배우 김병철 /사진=화앤담픽처스
김병철은 ‘도깨비’ 박중헌과 ‘미스터 션샤인’ 일식 모두 인생캐릭터임을 밝혔다.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이를 넘어서야겠다는 부담감은 애초 없었다. ‘일식이는 일식이에 맞게 해야 드라마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작품의 방향 안에서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하는 그의 연기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도깨비’ 속 ”파국이다“ 같은 임팩트가 있다면 배우에게 좋긴 해요. 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다 그런 강렬함을 주는 드라마라면 좋지 않은 작품 아닐까요. 모든 인물들은 다 다른 면을 가지고 있고 각자 해야 할 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그 다른 면들이 저라는 배우를 통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그런 면에서 일식이는 박중헌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고, 일식이를 잘 표현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가 매 작품마다 다양한 색을 보여주긴 쉽지 않다. 게다가 스타작가의 작품에 연속 출연하는 행운 역시 쉽사리 오지 않는다. 3작품 연속 흥행타를 친 배우 김병철의 2018년 ‘션샤인’은 그렇게 천천히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운 대본과 연출이 함께하는 현장이라 그점이 가장 행복했어요. 결과물도 좋아서 시청자분들과 소통을 좀더 폭넓게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보람도 느꼈죠. ‘태양의 후예’ 란 드라마를 통해서, 시청자분들에게 ‘저라는 연기자도 있다’라고 조금이나마 알렸다면, ‘도깨비’ 같은 경우엔 무섭고 욕망이 가득찬 인물을 김병철이란 연기자가 볼만하게 해내는구나 그런 인상을 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같은 맥락으로 이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도깨비에서)무서운 연기를 했던 사람이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 ‘이렇게 재미있고, 선한 그런 인물도 괜찮게 하는구나’ 인상을 줄 수 있었음 해요. ”
김병철은 2001년에 ‘국립극장 체홉 페스티벌’ 참가 연극 ‘세 자매’로 데뷔한 17년차 배우다. 2003년 영화 ‘황산벌’ 이후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물론 영화 ‘알포인트’, ’무수단’ ‘일급비밀’ 등에서 군인으로 출연해 ‘군인전문’ 배우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그는 “군인 전문가는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배우에게 중요한 건 인물의 직업이 아닌 “그 사람의 욕망은 무엇인가”이다는 연기 철학을 들려줬다.
“보시는 분들은 또 군인 역할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전 다르게 생각해요. 직업은 같지만 그 인물이 원하는 게 다 달라요. 배우인 전 그걸 찾으려고 해요. 그게 잘 드러나면 돼요. 군인이어도 다른 사람이 되니까 접근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 사람의 욕망이 무엇인가’ 그걸 찾아서 극복할 수 있어요.”
배우 김병철/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김병철/사진=양문숙 기자
배우 김병철/사진=양문숙 기자
“연기란 게 계획을 해야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접근해야 하는 게 있어요. 작가가 세운 계획이 드라마 대본이잖아요. 배우 역시 대본을 보면서 이 인물이 원하는 게 뭔가? 욕망이 무엇인가? 그 사람을 방해하는 게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배우가 생각을 하고 접근해 낸 것, 그걸 연기를 하면 시청자분들이 보고 들을 수 있겠죠. 물론 그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걸 몰라도 본능적으로 접근해서 기가막히게 연기를 해 내는 경우는 충분히 있으니까요. 전 부족해서 노력해야 하는 스타일입니다.”
김병철은 연기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연기하는 맛’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몰랐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가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지점 역시 있음을 고백했다. 툭툭 던지는 진지한 농담도 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예를 들면, ‘TV보다 실물이 잘 생긴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잘생김이 곧 판명 나길, 제가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제가 타고난 재능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어요.‘ 이 사람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좋아요. 저도 바뀌게 되고, 영향을 느껴요.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죠. 사람이 변해봐야 얼마나 변하겠냐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진실 되게 느껴진다면 시청자분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걸 통해서 많은 분들이 울림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좋을 듯 해요.”
한편, 김병철은 ‘미스터 션샤인’ 이후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속 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