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벤츠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유타 벤츠의 모습./자료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번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가문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차량이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차량으로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경영자는 아마도 ‘고틀러 다임러’의 후손, 또는 ‘칼 벤츠’의 후손일 것이라고 여길 것 입니다. 기자 역시 당연히 두 사람이 각각 자동차를 발명하고 합병한 만큼 두 집안이 경영권을 나누어 소유하고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측에 고틀러 다임러 가문과 칼 벤츠의 후손 중 경영에 참여하거나 지분율 보유한 사람이 있다면 해당 지분율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기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독일에 본사를 둔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회사는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로 두 가문의 후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지분율도 확인이 안 된는다는 답변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이후 시간을 갖고 취재한 뒤 추가로 보완할 내용이 있다면 다시 기사를 작성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외신 뉴스를 검색하면서 벤츠 가문에 대한 일종의 미스테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점은 바로 유타 벤츠(Jutta Bentz)라는 인물입니다. 유타 벤츠는 칼 벤츠의 증손녀로,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의 홍보 대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타 벤츠는 1934년 10월 1일에 독일 맨하임에서 태어나 사실 증조부인 칼 벤츠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유타 벤츠는 지난 2011년 워싱턴 포스트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벤츠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담담하게 말한 바가 있습니다. 그녀는 또 지난 1999년에 삶을 마감한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으로 벤츠라는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만약 벤츠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자랑스러워할 텐데 어떻게 아버지에게 벤츠라는 이름을 써달라는 유언을 들었을까요?
그녀는 이와 관련, 벤츠 가문의 속사정을 공개했습니다.
유타 벤츠는 인터뷰에서 “한때는 다임러 벤츠 회사와 벤츠 가문이라는 것에 많은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다임러 벤츠라는 회사는 (전쟁 포로 등) 노예 노동력을 사용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수치심은 그녀의 청소년 시절을 늘 괴롭혔습니다. 유타 벤츠는 급기야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의 시골 지역 선생님이 되기 위해 사실상 도피를 선택했습니다. 벤츠 가문의 후손으로 독일에서 사는 것을 사실상 포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독일과 다임러 벤츠가 과거 역사적인 오점을 그대로 솔직히 인정한 뒤부터는 더 이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며 다임러 벤츠의 과거 역사적 오점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독일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등 주변국의 영토를 점령하면서 피점령국의 민간인들을 독일 내 군수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일하도록 해 당시 다임러 벤츠 등은 전쟁을 통해서 혜택을 입었습니다. 유타 벤츠는 바로 이 같은 정당하지 못한 가문과 회사의 처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벤츠 가문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든 것을 잃었고 몇 명 남지 않은 소수의 벤츠 가문의 후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벤츠 가문의 후손인 것을 숨기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습에 벤츠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유타 벤츠는 브랜드 홍보 대사로 나섰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가 유타 벤츠에게 2005년에 홍보 대사직을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물론 무급입니다.
올해 77세 고령의 나이인 유타 벤츠. 그녀의 인생은 인류를 마차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전환하게 만든 조부모가 만든 회사가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이 과정에서 혜택을 얻으면서 수치와 증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증조부가 남긴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인생을 마무리 하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