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은 알량하기 짝이 없는 ‘용감한 시민상’ 때문이다. 1970~80년대가 그랬듯 그 시절의 효도왕, 세금왕, 친절봉사왕 따위의, 정권 홍보용 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상을 받은 소시민 김두관의 삶은 그 이후 출렁이기 시작한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199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2001년), 우진창작상 희곡상(2003년)으로 시, 소설, 희곡 부문 모두 등단한 최치언 창작집단 두목 대표가 남산예술센터와 선보이는 연극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는 ‘용감한 시민상’ 때문에 엉뚱하게 꼬이고 얽힌 두 남자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연극이다.
올해 시즌 프로그램 공동제작 공모를 통해 선정됐는데 당시 심사에서는 “작가 최치언이 구사하는 블랙유머와 극적인 성격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연극은 설정부터 기막히다. 주인공은 김두관, 그리고 그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는 과정에서 강도 누명을 쓰게 된 이오구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오구는 어느날 갑자기 김두관을 찾아간다. 그의 요구는 허무맹랑하다. ‘딱 한 번만 배를 찌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무대에 의도치 않게 초대된 두 사람은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이내 수렁에 빠져든다. 연극의 제목은 이 둘을 지켜보는 내내 객석에서 터져 나올 감탄사들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최치언은 특유의 상상력과 구조주의 극작술로 유명한 연극인으로 지난 2015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을 썼고 최근 자신이 직접 연출한 작품인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로 밀양공연여름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 작품상(2017), 춘천연극제 동상(2016)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연은 이달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27일 공연 후에는 연극평론가 김미도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