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굴 된 고택, 불안한 우리사회 투영

세종 S씨어터 개관 첫 공연으로
내달 9~25일 '사막속의 흰개미'


무대와 객석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첫 블랙박스 극장 S씨어터가 개관 공연으로 다음 달 9~25일 서울시극단의 창작극 ‘사막 속의 흰개미’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사막 속의 흰개미’는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고택을 배경으로 한다.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으로 무너져가는 집의 실체, 그리고 이를 감추려는 사람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100년 역사의 고택 속에 우리 사회를 투영한다. 창작자인 황 작가는 지난해 연극 '오리온'을 시작으로 음악극 '멘탈 트래블러', 연극 '미녀와 야수'를 각색했고 연극 '생각보다 괜찮은',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를 집필했다.


또 '옥상밭 고추는 왜', '함익', '줄리어스 시저', '그게 아닌데' 등 통찰력 있는 해석이 돋보이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김광보 감독은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무너져가는 고택은 마치 우리 사회가 지닌 불안과 위태로움, 허위와 가식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무대는 '옥상 밭 고추는 왜'로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부문을 수상한 박상봉 디자이너가 맡아 무너져가는 고택의 공간과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만들어낼 예정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고택의 주인이자 대형교회 목사인 공석필은 실력파 배우 김주완이, 집의 미스터리한 현상이 흰개미 떼의 페어리 서클(fairy-circle,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둥근 원)이라며 집안을 살피는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는 최나라가 캐스팅됐다.

15일 오픈한 세종S씨어터 내부.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한편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오픈한 블랙박스 공연장 세종S씨어터는 328석에 2,228㎡ 규모로 무대와 객석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기존 극장 구조를 탈피한 가변형 공연장으로 연극, 무용, 퍼포먼스, 타악, 전통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세종문화회관은 극장의 특성에 맞춰 2개월 이상 장기 공연 위주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며, 대관료는 무대 설치 및 리허설 기간을 감안, 공연기간 기준 하루 100만원 수준으로 젊은 신진 창작자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로 중소극장 대관료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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