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사들이 지난 2016~2017년 2년 간의 수주절벽으로 딛고 올해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불황의 늪을 조금씩 빠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을 앞질렀던 중국 업체들을 크게 따돌리면서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의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선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수주와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호황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일감이 부족한데다 인건비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위협도 계속되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 9월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 25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163만CGT를 수주해 65%의 일감을 따내며 5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35만CGT로 시장점유율 14%에 그쳤다. 이처럼 올 들어 한국 조선사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어려운 이유는 2015~2017년 상반기까지 유례없는 수주절벽을 겪으면서 현재 건조량이 없기 때문”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수주가 늘며 올 하반기부터는 건조량이 점차 늘기 때문에 향후 전망을 좋게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전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으나 올해는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조선사들은 3·4분기까지 950만CGT를 수주해 651만CGT에 그친 중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업체들을 앞서고 있는 것은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선종의 발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VLCC의 경우 그간 선가가 많이 하락한데다 유가 상승으로 최근 발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LNG운반선도 LNG 수요 증가 등으로 발주가 늘고 있다. 전 세계 선박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 빠졌던 지난 2016년 VLCC는 14척, LNG운반선은 10척 발주되는데 그쳤으나 올해는 지금까지 VLCC가 38척, LNG운반선이 43척 발주됐다. 또 최근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면서 조선사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그간 중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보였던 벌크선은 공급 과잉 등이 이유로 올 들어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벌크선 발주량은 총 353척이었으나 올해는 3·4분기가 끝난 현재 절반 수준인 185척에 그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조선사들이 최근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LNG운반선, VLCC 등에서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에도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자재 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중국 조선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최근 중국 내 철강공급 규제로 강재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조선 건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상승했다”며 “중국 조선사들이 기술력이 낮은 상황에서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선가를 올리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중국 조선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파산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조선사 중에서도 우량업체로 꼽혔던 ‘절강우오화조선’이 저장성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아울러 선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락선에 따르면 9월신조선가지수(NPI)는 130포인트를 기록해 201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30선을 넘었다.
선박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미국 석유개발 회사 엘로그 익스플로레이션과 4억 5,000만달러 규모의 킹스키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유가가 상승세라 향후 해양플랜트 일감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조선업 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해도 대형 조선 3사의 실적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은 영업적자 3,765억원, 삼성중공업은 영업적자 2,50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해양만 유일하게 흑자가 예상된다. 정 상무는 “올해는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선종에서 발주가 늘면서 수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부활을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라고 전했다. 실제 클락슨은 지난 3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 전망치를 3,170만CGT로 제시했으나 9월에는 2,940만CGT로 낮춰 잡았으며, 같은 기간 동안 내년 선박 발주량 전망치도 3,620만CGT에서 3.440만CGT로 내렸다. 이 연구원도 “조선사들은 지금 당장의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기본적으로 경기 민감산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미중 무역분쟁이 가속화될 경우 물동량이 줄어들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자산 매각,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버티면서 비용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