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동결됐던 기준금리 탓에 주가가 청산가치 이하를 맴돌던 금융주가 증시 급락 탓에 헐값이 됐다. 최근 매 분기마다 호실적을 기록하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 왔다. 그만큼 저점 매수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 금융주를 ‘대표 가치주’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기준(우선주 제외) 신한지주(0.62), KB금융(0.61), 하나금융지주(0.53), 우리은행(0.53) 등 4대 시중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모두 1배에 한참 못 미친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각각 0.48, 0.45인 기업은행과 DGB금융지주를 비롯해 JB금융지주(0.36), 광주은행(0.36), 제주은행(0.27), BNK금융지주(0.37) 등 지방은행은 더 외면받고 있다.
보험사 역시 현대해상(1)과 메리츠화재(1.14)를 제외하고 모든 회사가 청산가치 미만으로 떨어졌다. 증권주도 거래대금 부진과 기록적인 조정장 탓에 키움증권(1.1), 골든브릿지증권(1.05)을 뺀 나머지 전부가 PBR 1배 미만을 기록 중이다.
금리 인상기의 대표적인 수혜주인 금융주는 올해 계속되는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은행은 매 분기 호실적에도 한국은행의 11개월 금리 동결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채용 비리 연루 등 대내 악재가 맞물렸다. 보험은 다소 불투명한 성장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올 들어 현재까지 금융업 지수의 수익률은 -15.29%로, 같은 기간 -12.38%인 코스피 지수보다 더 낮다. 금리가 낮아야 이익인 증권업 지수의 경우 연초 호황 기대감에 들떴으나 증시가 조정에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올해 수익률이 -16.8%가 됐다.
앞으로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증시가 ‘시계 제로’에 빠져든 만큼 기업 가치가 낮은 가치주 중심의 투자가 유망해질 전망인데,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금융주가 대표 가치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이 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전망에 지난 11일 ‘검은 목요일’ 직전(10월1~5일) 하나금융지주(4.15%), KB금융(3.69%), 신한지주(1.89%) 등 은행주는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출 규제의 후유증이 우려되나 금리 인상과 고배당, 호실적 이유로 은행주는 일정 기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 지수는 지난 9월 6% 이상 올랐다. 올해 3·4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겠으나 지난달 방침이 결정된 손해율 상승분이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장기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보험 업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주는 변동성이 커진 증시 탓에 당분간 ‘찬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단시일 내에 업종 상승을 일으킬만한 변수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