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채용비리 관련 첫 법원 판결이 오는 26일 나온다. 직원을 뽑는 기업의 재량권인지 아니면 점수 조작을 통한 채용비리 인지를 놓고 법원이 첫 판단을 내리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은행권 채용비리 이슈가 더 확산될지 아니면 봉합될지 분수령을 맞게 됐다.
15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26일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기소된 KB국민은행 이모 전 부행장과 김모 전 HR본부장, 권모 전 인력지원부장, 오모 전 인사팀장 등 4명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국민은행 채용과정에서 응시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오모씨에게는 징역 4년을, 다른 3명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에서 촉발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첫 판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에 따라 다음달로 예상되는 우리은행 1심 선고와 KEB하나은행·신한은행 등의 채용비리 재판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채용비리 관련 구속된 4명이 모두 보석으로 풀려난 점과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 등의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 업무를 총괄하는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부분도 있고 인력수급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인사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은 기업의 자율적 재량일 수 있는데 사회적 눈높이가 달라져 검찰이 채용비리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며 “관행으로 이어져 오던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한 만큼 참작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채용비리 1심 판결이 은행권 채용비리 이슈가 확대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이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평가점수 및 면접점수를 높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법원이 남녀차별을 위해 의도적으로 점수를 조작했다고 볼지 아니면 인재 활용의 유연성을 고려한 재량권에 속한다고 판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채용과정의 업무방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형사상 처벌이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기도 했다. 은행이 자금유치 등 영업적 측면을 고려해 관행적으로 출신 지역이나 대학을 고려했기 때문에 업무방해로 보기보다 정당한 경영권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비리 문제를 검사했던 금융감독원이 중징계가 아닌 상대적으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경영유의와 개선조치를 내렸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법원이 솜방망이 처분을 내릴 경우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은행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인 만큼 점수 외의 요소를 보는 것도 재량권에 속하지만 채용과정 자체를 불투명하게 운영했던 것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필기시험과 블라인드면접 등 채용 공정성을 높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묵시적인 청탁과 지시 등을 100% 거를 수는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 같은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정원·서종갑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