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매수자 문의는 없고 매도자만 ‘왜 안 팔리냐’ ‘얼마면 나갈 것 같냐’고 동요하고 있습니다.” (마포구 성산동 S 공인 대표)
‘직주근접’을 강점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마포구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9·13대책’ 이전 수억원씩 치고 올라가던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으며 호가 역시 콧대가 꺾이는 분위기다. 버티던 집주인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일부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5,000만원 낮춘 매물에도 매수자는 여전히 관망세다.
서울경제신문이 15일 둘러본 마포구 부동산 시장은 우선 ‘거래절벽’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13대책 후 마포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이전 한 달간 421건에서 32건으로 급감했다. 특히 단지가 크고 오름세가 가팔랐던 공덕동·아현동을 중심으로 호가 거품이 빠지고 있다.
일부 단지들은 기존 호가보다 떨어지거나 이전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한두 건씩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공덕동의 공덕래미안 4차 전용 59㎡는 10월 초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원래 9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매물이었지만 9·13대책 이후 4,000만원을 조정해 거래가 성사됐다. 공덕동 H공인 대표는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가격 조정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며 “요즘 분위기는 매수자들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석동의 강변힐스테이트의 경우 9월 초 11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용 114㎡가 10월 초 11억원에 손바뀜됐다.
주요 단지들은 호가 조정이나 급매물에도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대장주 가운데 하나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 84㎡가 9월13일 직전 15억원 최고가 매매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1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은 매물도 있지만 14억3,000만원짜리 급매물이 2건 올라왔다. 최저가 매물이 최고가 호가 대비 1억원 이상 저렴한 것이다. 아현동의 C공인 관계자는 “급매도 아직 가격 자체가 높다 보니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용 59㎡도 이전 최고가인 12억5,000만원에서 2,000만원 떨어진 12억3,000만원 정도에 매매가 진행 중인 것 말고는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매도인들이 이 가격이면 팔 수 있겠냐고 묻는 상담이 더 많아졌다”며 “매도인들이 동요하고 있어 한두 달 이상 거래절벽이 이어지면 호가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화동 도화우성도 전용 79㎡가 7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는 9억5,000만원으로 2억원이나 뛰었지만 이후 거래가 없다. 가장 가구 수가 많은 전용 141㎡도 8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래 호가만 12억~13억원으로 유지 중이다. 인근 W공인 대표는 “호가와 갭이 엄청난 데도 아직 매도인들이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한 번 오른 호가에 주민들의 기대가 커 몰래 거래된 급매물 아니고는 호가 조정이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 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공덕동 일대의 아파트./이호재기자.
재건축 기대감으로 두 달 만에 2억원이 오른 성산동의 성산시영아파트도 9월 중순 이후 매수세가 뚝 끊겼다. 7월 전용 50㎡가 5억원에서 9월 7억원으로 올랐지만 이제 6억9,000만원 호가에도 매수 문의가 뜸하다. 인근 S공인 대표는 “7·8월에는 매물을 보지도 않고 투자자들이 휩쓸어갔지만 9월13일 이후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대흥동의 신촌그랑자이와 염리동의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분양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촌그랑자이 전용 84㎡는 9월 중순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14억원으로 올라섰지만 한동안 거래가 없다. 대흥동의 E공인 대표는 “매물 자체가 없기도 하고 매수자가 더 떨어진 급매물만 기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