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불지른 마용성도 식어간다] 이촌 한가람 1.5억↓...매물도 매수도 없어

-용산구
산천 리버힐삼성 7.9억→7.2억
급매물 나와도 거들떠 보지 않아


박원순 시장의 급작스런 개발 보류 결정에도 끄떡없던 용산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집주인들은 적게는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도 호가를 낮췄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대폭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15일 용산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는 반면 매수자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2,000여가구 규모의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84㎡의 호가가 17억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용면적 114㎡의 호가는 18억원까지 내려왔다. 9·13대책 발표 직전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지만 2억원가량 떨어졌다.

이 단지는 올 상반기만 해도 매달 약 1억원씩 오르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통계에 따르면 전용 114㎡ 매물은 2월 14억5,000만원(21층), 3월 15억5,000만원(14층), 7월 16억2,000만원(20층)에 거래되는 등 무서운 속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마지막 거래인 8월에는 18억원(13층)을 찍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의 대표는 “9·13대책 직전에는 19억원에도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났는데 집주인이 20억원이 아니면 안된다고 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면 연락을 달라던 손님들도 ‘2억원 내렸다’고 연락해 알려줘도 거들떠도 안 볼 정도”라고 밝혔다.


호가를 낮춰도 매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옛날 가격’을 생각해서다.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114㎡가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13억~13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올해 8월까지 4억~5억원가량 실거래가가 올랐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호가를 2억원 낮춰 18억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집을 내놓았다고 해도 매수자 입장에서는 적어도 올 초 가격인 14억~15억원 정도는 돼야 제 가격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1,000여가구 규모 또는 그보다 적은 중형급 단지에서는 한가람아파트에서만큼 큰 폭의 호가 변동은 없었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저가 매물이 1~2건 거래가 되기도 했다. 물건은 평형별로 1~2개로 적었고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등 요인 때문에 새로운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 분위기였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산천동의 리버힐삼성은 전용면적 59㎡가 이달 초 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8월까지만 해도 7억4,700만~7억9,000만원에 실거래 등재됐던 단지다. 재건축을 앞둔 원효로 산호아파트 전용 113.76㎡는 대책 이후 13억5,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전용면적은 2016년 1월에 7억3,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 들어 호가가 14억~15억원까지도 올랐었다.

양현숙 청암양현숙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호가로 보면 이 물건도 14억원 정도에는 거래됐어야 하는데 저렴하게 거래된 편”이라면서 “대책 전까지만 해도 전용 113.77㎡는 16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집주인이 안 파는 분위기였는데 매수세가 확실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급주택인 한남더힐 등에도 매수 문의가 대폭 줄었다. 한남동의 박민영 리맥스 이사는 “호가는 나인원 한남이 인기가 치솟으면서 인근 단지인 한남더힐의 호가가 1억원가량 오르는 등 올랐다”면서도 “고급주택은 원래 거래가 드물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이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내년부터는 세금 인상을 체감한 집주인들이 속속 매물을 내놓고 실거래가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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